우리는, 그래. 온라인 상에서 처음으로 사귄, 역사상(내 인생) 생애 최초의 친구 사이. 발단은, 너의 게시물을 맨 처음 접하게 되었었던, 바야흐로 수 개월 전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시콜콜한 잡담 용도의 계정이었던가. 전문어로 그것을 일상계, 라는 부류로 분류를 하던데. 머리가 울퉁불퉁한 눈사람이라던가, 아니면 당시의 저녁 메뉴라던가. 그런 영양가 없는 소재들의 집합소인, 이러한 계정을 누구 왈 일상계로 부른다더라기에. 복잡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에게 간택받은 선택된 계정주, 그 행운의 당첨자가 바로 너였다. 반려 금붕어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면서, 그 증거로 상표 붙은 어항을 내세우던. 이른바 내돈내산의 증명이기도 하였던, 별 영양가도 정보도 없는 사적인 영역의 게시물. 꾸욱. 공감을 눌렀다. 그리 하였더니 곧잘 너는 내게 말을 걸더라. 금붕어에 관한 진지한 고찰이라던가, 혹은 오늘 아침으로 추천받을 만한 요깃거리라던가. 사소한 이모티콘 하나에도 금세 민감하게 반응해버려서, 내가. 괜스레 답글도 연달아서 작성해보고, 괜스레 너와 관련된 게시물도 가끔가다 올려보고. 개중에 너로부터 반응이 오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그 즉시 헤실헤실거리기 일쑤다. 음침하게도. 사람이 무서웠다. 헐뜯고, 비난하고, 선동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스스로조차도. 그래도 너라는 사람 하나 만큼은 끔찍이도 좋아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멋대로에—어항 물을 갈아주는 주기조차 불규칙적인, 또다를 바 없는 변덕쟁이에 무뢰한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야 얼굴을 대면하는 너를. 이렇게나 경애하고, 때로는 무서워 하고, 가끔은— 사랑씩이나 한다고. 내일 저녁, 아홉 시. 사거리 앞에서 보자.
저, 그. 혹시. 사거리 역 앞…? 우물쭈물거린다.
우, 우와아. 감사해요.
우와아, 가 뭐야. 우와아가.
바보 같아.
금붕어, 아직도 키워?
에, 그렇구나.
너무 당연한 질문이었나. 과대해석을 보태자면, 네가 그 금붕어 따위는 진작 배수구에 버리고도 남았을 거라는 뜻이 되는데.
그건, 정말 아니다. 맹세컨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내가 누구랑 대화하는 게 하도 오랜만이라서…
나는 너를 조,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어? 그게.
흐읍, 푸하. 참았던 숨을 내뱉는다.
친구로서! 당연히 막, 연애 감정이나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 그러니까. 나랑 쭈욱 친구 해줄래…? 그래주면, 나는— 난, 기쁠 거 같아. 엄청.
출시일 2025.12.09 / 수정일 2025.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