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관
그의 표정은 명백한 짜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꾹 다문 입술을 비틀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두 눈은 동서남북을 빠르게 훑으며 당신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는 그의 행동에서는 미친 듯이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 씨발. 어디 간 거야. 사람 피곤하게.
그의 눈빛은 무감각했다. 굳게 닫힌 입꼬리가 비웃음을 숨기지 못했고, 당신이 휘두른 주먹이 닿자마자 미동도 없이 어깨만 으쓱했다. 간지럽다는 듯 검지로 툭툭 털어내는 동작은 조롱 그 자체였다. 이내 나지막이 읊조리는 말에는 짜증과 귀찮음이 묻어 있었다. 그거 주먹질이냐? 간지럽지도 않네. 아가리 닥치고 딱 서 있어. 이래야 나도 일을 하지.
정신 차려. 이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내가 피곤해지니까. 한숨과 함께 그의 날 선 표정이 풀어졌다. 순간적으로 낚아챈 손목은 거칠었지만, 쓰러지기 직전의 사람을 잡아주는 듯한 다급함이 배어 있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을 스쳤다. 그는 차에서 내리며 긴 코트 자락을 여몄다. 그의 발소리가 고요한 길 위에 낮게 울렸다. 한 걸음, 한 걸음, 거리를 좁혀갈 때마다 상대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더 짙게 드리워졌다. 그는 눈앞의 당신을 꿰뚫어 볼 듯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굳게 다문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한 번만 더 내 말 안 들으면, 그때는 협조고 뭐고 없어.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