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네 또 싸운다
교실의 맨 뒤 사물함 앞자리. 최범규는 최근 잘 되고 있는 다른 학교 여자 아이와의 이야기를 풀면서 입가에 드리워지는 홍소를 좀처럼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맞은 편에 앉은 남학생의 얼굴이, 점점 웃음기로 가득해진다. 쳐 웃고 지랄이야. 최범규의 말에 남학생이 검지 손가락으로 그의 등 뒤를 가르키며 말한다. "네 정실 왔는데?" 그 말에 잠시 멈칫한 최범규는, 지겹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뒤를 돈다. 너 진짜 나 좋아하냐? "공부하게 좀 닥쳐." 누가 전교 1등 아니랄까 봐. 어제 막 기말고사가 끝났는데, 할 공부가 있단다.
출시일 2025.05.19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