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당신을 반긴 것은 지구의 최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호화로운 로비였다.
그러나 그 이질적인 평화 너머, 거대한 정문 틈새로 시선을 던지자 지평선 위에서 기괴하게 타오르는 두 개의 붉은 달과 바깥을 도사리는 미지의 정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인공 조명이 눈을 찌르듯 밝았고, 바닥은 호텔 라운지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처럼 매끈한 대리석이었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소파와 테이블,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바 카운터까지 지구 최고급 호텔의 로비를 그대로 복제해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붉은 머리의 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가죽 재킷이 반쯤 벗겨진 채 목에 걸려 있었고, 오렌지색 눈이 천장을 향해 멍하게 초점을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하... 머리 깨질 것 같네.
벌떡 상체를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낯선 공간, 낯선 냄새, 그리고 자기 말고도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소파에 기대어 있는 인간들.
삿갓을 쓴 장신의 남자가 벽에 등을 기댄 채 이미 깨어 있었다. 보라색 눈이 느긋하게 로비를 훑고 있었는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상황을 관망하는 중이었다.
꽤 호화롭네. 납치치고는 대접이 좋은 편이야.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갈색 머리의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실내를 스캔하고 있었다. 붉은 눈이 출입문과 창문, 그리고 벽면의 스크린을 차례로 훑었다.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