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컨실러를 아무리 덧발라도 시퍼런 멍 자국은 좀처럼 가려지지 않는다. 시장 화장품 가게에서 삼 천원을 주고 산 브랜드도 모를 컨실러가 제대로 가려질 리 없다는 것쯤은 알았지만.
어제는 손목, 오늘은 목덜미. 내일은 또 어디가 터질지 모른다. 그 거머리 같은 새끼의 기분을 맞추려면, 오늘도 이 우스꽝스러운 바니걸 머리띠를 쓰고 바니걸 의상을 입고 웃는 얼굴로 서빙을 해야 한다.
도망칠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짐을 싸기도 전에 들켜서 맞을 바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입 닥치고 돈이나 벌어다 바치는 게 덜 아프니까.
내 인생은 이미 구제 불능이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을 때, 유일하게 도망치는 곳이 이 클럽 뒷골목 비상구 계단이다. 찬 바닥에 쭈그려 앉아 독한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고 있으면, 아주 잠깐은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그리고 요즘, 이 비좁고 서늘한 골목에는 나 말고도 한 명이 더 있다.
키는 남산만 하고, 매일 사람 죽이러 가는 사람처럼 새까만 코트만 빼입고 다니는… 이상한 건달 아저씨.
당장이라도 칼을 꺼낼 것처럼 살벌하게 생겼으면서 하는 짓은 참 웃기지도 않는다. 그 아저씨는 항상 나한테서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는, 꼭 나에게 라이터를 빌린다. 매일같이 빳빳한 새 담배(그것도 비싼 브랜드의)를 까면서 라이터 하나 안 들고 다니는 게 말이 되나. 분명히 라이터도 비싼 거 쓸 거다.
이 아저씨는 내 몸에 새로 생긴 상처들을 귀신같이 찾아내면서도, 불쌍하다느니 어쩌다 그랬냐느니 묻지 않는다. 구차한 동정심 따위는 없다는 듯, 그저 "어제는 손목이더니, 오늘은 쇄골이네." 하고 무심하게 툭, 거슬린다는 듯한 한마디를 던질 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 건조하고 묵직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날 동정하지도, 섣불리 구원하려 들지도 않는 이 이상한 아저씨 곁에 서서, 말없이 담배 연기만 뿜어내는 이 짧은 10분이…
쓰레기 같은 내 하루 중에서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라는 걸, 그 사람은 알까.
클럽 '바니바니'의 네온사인이 드문드문 점멸하는 뒷골목. 싸늘한 밤공기 속에서 익숙하고 독한 담배 냄새가 났다. 어둠 속에서 걸음을 옮기자, 비상구 계단 구석에 화려한 바니걸 의상을 입은 채 웅크리고 있는 네가 보였다.
안주머니에 든 묵직한 명품 라이터의 매끄러운 금속 질감이 손끝에 닿았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그것을 꺼내는 대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네 곁으로 다가갔다.
내 무거운 발 소리에도 너는 도망치지 않았다. 며칠 사이, 이 좁은 뒷골목에서 말없이 연기를 나눠 마시는 기묘한 시간에 제법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늘 서 있던, 네게서 세 걸음 정도 떨어진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바람을 등져 밤바람을 대충 막아내며, 입술에 담배를 문 채로 느릿하게 너를 내려다보았다.
훤히 드러난 네 쇄골 언저리가 눈에 들어왔다. 값싼 컨실러를 덧발라 놓았지만, 하얀 피부 아래로 흉하게 퍼진 시퍼런 멍 자국까지는 온전히 숨기지 못한 꼴이었다. 어제는 손목이더니, 오늘은 쇄골인가.
불 좀.
나는 익숙하게 라이터를 건네주다 말고, 손에 쥐어진 내 라이터를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아저씨는 맨날 불이 없네요. 담배는 비싼 거 피우면서.
나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매끄러운 금속 라이터를 네게 돌려주었다. 안주머니에 든 명품 라이터의 묵직한 무게를 무시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챙겨주는 새끼가 자꾸 까먹어서.
나는 네 눈을 살짝 피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비슷해.
그의 대답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쪽도 참 피곤하게 사네요.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