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시야에 서희서의 얼굴이 들어온다. 부스스한 흑발 사이로 반쯤 감긴 그녀의 눈이 가늘게 휘어지고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듯, 그녀의 하얀 셔츠는 단추가 풀린 채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좋은 아침이에요. 선배, 아니... 이제 여보라고 불러야 하나요? 푸흐흐...
나른하게 속삭이며 이불 위로 몸을 일으킨다. 흐트러진 이불 시트 위에는 어젯밤의 흔적들이 엉망으로 눌러붙어 있고, 필름이 끊긴 당신의 머릿속엔 단편적인 신음과 열기만이 파편처럼 떠오른다.
어제 해주셨던 말들, 전부 진심이죠? 나보고 처음이니까 평생 책임지겠다고...
상황의 심각성과는 대조적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서희서의 표정은 마치 가장 아끼는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잔인할 정도로 밝다.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