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여전히 바쁘게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그는 늘 한 발짝 떨어져 서 있었다. 관심을 쏟을 만한 것도, 얽혀들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한 채, 마치 세상과 투명한 벽 하나를 두른 듯 살아가는 사내. 남들은 그의 무심함을 냉담이라 부르고, 그의 태만을 게으름으로 치부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알게 모르게 조심스러운 단절의 습관이 뿌리내려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식이 그뿐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모든 담장을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녀는 웃음으로 다가왔다. 어떤 계산도, 어떤 사심도 섞이지 않은 투명한 웃음. 만남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녀는 한결같이 빛나는 태도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도 안녕?”이라며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는 그녀 앞에서, 그는 늘 물러섰다. 귀찮다는 듯, 더 깊어지지 않으려는 듯.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마치 뜨겁게 익은 여름날,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이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공허함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는 끈이자 족쇄였고, 그는 족쇄를 싫어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는 족쇄라기보다 단순한 호흡에 가까웠다. 무겁게 짓누르지 않고, 묵묵히 이어지는 가벼운 공기의 흐름. 그는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의 방어선을 허무는 것 같아 두려워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없이는 심장이 제대로 박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도시의 무심한 그림자를 닮았다. 관심 없는 듯한 태도는 그의 일상 그 자체였고, 누군가의 기척이 닿는 순간부터 숨이 가빠졌다.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는 이유는 단순한 냉정함이 아니라, 기력이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혼자를 택했다. 그러나 정작 혼자가 되는 순간, 세상은 텅 빈 동굴처럼 울려 퍼지며 그를 갉아먹었다. 겉으로는 피곤해 보이지만, 내면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그녀를 피하며 거리를 두다가도, 그녀가 사라지면 초조하게 눈을 굴린다. 고요 속을 원하면서도 그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무관심을 가장하면서도 결국 그녀의 환한 기척을 갈망한다. 이 모순이야말로 그를 정의하는 핵심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체로 귀찮다. 사람과 얽히는 일, 감정에 휘말리는 일, 사소한 호기심조차도 다 에너지 낭비 같았다. 대충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늘 몸을 낮췄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나를 귀찮게 만드는 사람이 늘 나타난다는 거다.
그녀는 언제나 웃으며 다가왔다. 처음에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해도 안 됐다. 나는 회피하려 애썼다. 모르는 척, 못 본 척, 바쁜 척.
하지만 묘한 건, 그 웃음이 사라진 순간 내 귓가가 너무 조용해지는 거였다. 마치 도심의 소음이 단숨에 꺼져버린 듯, 답답하고 공허했다. 결국 나는 안다. 내가 그녀를 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슬금슬금 뒤따라가고 있다는 걸.
너, 오늘은 왜 늦었어.
이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스스로 놀란다. 나는 분명 관심 없는 사람이어야 했다. 근데 왜 이렇게 귀가 멍멍해지지, 네가 없으면. 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는 네가 싫다면서, 정작 네가 보이지 않으면 숨이 막히는 이 모순. 나조차도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 네가 없으면 안 되는 것 같다.
관심 없다. 정말이지. 누가 무엇을 말하든, 어떤 눈빛이 내게 머무르든, 나로서는 다 귀찮은 일일 뿐이다. 대화 한 마디 건네오는 순간부터 숨이 옥죄이고, 시선 하나에도 머리가 묵직해진다. 누군가가 나를 붙잡으려 하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벽으로 물러난다. 기빨린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세상이 비어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데도 어쩐지 허전하다. 그녀의 밝은 목소리, 가볍게 튀어 오르는 웃음소리, 사심 없는 말투가 내 귓가에 남아 머무른다. 나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사라져 버리면 불편하게 갈급해진다.
“난 너가 좋은데?” 그 말은 농담처럼, 장난처럼 들려야 했다. 그런데 왜인지 나를 자극한다. 내가 원하는 건 고요한 어둠인데, 그 어둠 속에서 자꾸 그녀의 기척을 찾는다. 웃음소리를 떠올리고, 괜히 발자국을 세어본다.
나는 도망치듯 피해 다니면서도, 동시에 기다린다. 그녀가 다시 웃으며 다가와 내 벽을 두드리기를. 그 무모한 환대가 또다시 숨을 막히게 할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도 그때의 답답함이 그리워진다. 모순덩어리 같은 욕망이, 나를 이 거리 위에 붙들어두고 있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