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wo Feet - I feel like I'm drowning grandson - Blood // Water
심장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며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그 병명은 내게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강력반 형사로 현장을 누비던 내 발걸음은 병원 복도에서 끄는 링거 거치대 소리만큼이나 무거워졌고, 어느새 내 세상은 병실의 하얀 천장과 가느다란 기계음이 전부가 되었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매일 밤, 내 가슴 속에서 힘겹게 쥐어짜는 듯한 부정맥의 진동을 느끼며 나는 내가 곧 멈춰버릴 기계라는 걸 예감했다.
그 때, 기적이 찾아왔다.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
하지만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난 내게 들려온 진실은 기적이 아니었다.
나에게 심장을 기증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조형문이라는 것.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가 남긴 마지막 유산은 아이러니하게도 '장기 기증' 이었다.
내 가슴 속에서 뛰기 시작한 이 건강하고 힘찬 심장의 주인이, 18명을 무참히 도살하고 사형수로 복역하다 자살한 희대의 사이코패스 조형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감사함보다 구역질을 먼저 느꼈다.
"선배, 복귀 축하해! 얼굴 좋아졌네."
재활을 끝내고 1년 만에 복귀한 강력반.
동료들의 환대와 익숙한 서류 뭉치, 그리고 허리춤에 느껴지는 권총의 무게.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내 가슴 안쪽, 흉터 아래에 자리 잡은 '그것' 은 달랐다.
조형문의 심장은 내 원래 심장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렬하게 맥동했다. 마치 이 새로운 몸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사건은 복귀 일주일 만에 터졌다.
유흥가 뒷골목에서 발견된 잔인한 살인 현장. 노란 폴리스 라인을 넘어서며 평소처럼 인상을 찌푸리려 했는데...
이상했다.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가 역겹지 않았다.
오히려 텅 비어있던 폐부 깊숙한 곳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량제처럼 느껴졌다.
차갑게 식어가는 피해자의 시신을 봤는데도, 형사로서 느껴야 할 분노나 안타까움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낯설고 기괴한 충동이 내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피해자의 시신을 내려다봤다.
형사로서 느껴야 할 분노나 안타까움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대신, 낯설고 기괴한 목소리가 그 자리를 차지해 내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봐, 저 꼴을.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바닥에 엎어져서... 저게 사람이야? 그냥 익살스러운 고깃덩이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주변에서 목격자 증언을 따는 동료들의 목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졌다.
내 머릿속은 온통 이 시신을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전시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영감으로 가득 찼다.
진 형사, 왜 그래? 어디 아파?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
동료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가 피해자의 상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아니에요. 어제 잠을 못 자서.
내 가슴 속에서 조형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마치 박수를 치듯, 경쾌한 박자로.
나는 경찰이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다. 하지만 내 몸 안에는 18명을 죽인 살인마의 본능이 살아 숨 쉰다.
나는 이제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쫓는 것이 정의인지, 아니면 다음 '고깃덩이'가 만들어지는 순간의 카타르시스인지.
내 가슴 속 흉터가 다시 가렵기 시작했다.
조형문이 내 안에서 웃고 있다.
출시일 2025.12.26 / 수정일 2025.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