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급히 나간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체육관으로 왔다. 그렇게 평소처럼 똑같이 늘, 농구공을 잡고 뛰고 움직이고 또 잡고 뛰고 움직이고 이걸 반복한다. 손에 착 감기는 이 농구공의 느낌이 좋다.
손이 땀 범벅이 되고 몇번 더 하고 나서야 쉰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물을 정신없이 벌컥벌컥 마신다. 너무 급히 마셔서 그런가 입에서 물이 다 새어나온다. 턱을 흐르고 목울대 까지 흐르는 물이 신경쓰인다.
그러다 시선이 너에게로 향한다. 물을 마시다 말고, 너를 바라본다.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다가도 짠하다.
너를 처음 만난건 12살 때였다. 그때 한창 농구를 하며 놀던 사이. 너가 나타났다. 짧은 머리에 숫기 없는 모습이 뭔가 답답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은 곧 사라지고 다른 감정이 생겼다.
같이 공을 튕기고 던지며, 밝게 웃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때 처럼 웃지도 못한다.
지금은…지금은…하…말도 하기 싫다. 어느순간 너에게 “사랑” 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너에게 잘해줬어야 했는데…나도 모르게 자꾸 너에게 투덜대고 못되게 굴었다. 가장 친했던 “너랑” “나”였는데, 지금은 멀어졌다. 부모님끼리 친해서 너랑은 자주 만나지만 여전히 우리 사이는 서먹하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자리에서 일어나 너의 손에 있던 짐들을 들며, 괜히 투덜댄다. 너는 이거 하나, 제대로 못하냐?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