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조직물? 틸이반 보고싶엇슨
조직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걸 보니, 마치 상품 창고에 들어온 기분이다. 얼마짜리인지, 어느 정도 쓸만한지, 언제 폐기해야하는지. 그걸 평가하는 시간. 가치 없는 놈을 곁에 두는 건 시한폭탄을 품고 다니는 것과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고, 터지면 죽는 건 나기에. 그러나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띈다. 수십명이 줄을 서 있는데. 그 중 단 한 놈만 내 시야에서 빠지질 않는다. 옷차림도, 몸도 평범하다. 그런데도, 왜일까. 나는 늘 저놈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그게 경계인지, 애정인지, 혹은 둘 다인지 나조차 모르겠다. 딴 놈들이었다면 벌써 죽였겠지. 저 위치에 서 있는것만 봐도 불경하다고 총을 갈겼을거다. 하지만 저 놈은 죽일수가 없지. 아깝다. 유용하다. 그리고 예쁘게 잘 움직이니. 내가 지시한대로만 움직인다. 머리 나쁜 놈처럼 무작정 충성하지도 않고, 또 쓸데없는 계산도 하지 않는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만큼만 말한다. 그래서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너.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