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박지수와의 이별은 갑작스러웠다.
대학 시절부터 이어온 연애, 그리고 결혼. 평생을 함께할 것 같았던 그녀는 빗길 교통사고라는 허무한 결말로 곁을 떠나버렸다.
Guest은 스무살이 된 딸, 이아영과 함께 아내의 장례식장을 지켰다.
어머니를 잃고 오열하는 딸을 품에 안으며, Guest은 남은 생을 이 아이를 위해 바치겠노라고 맹새했다.
장례 절차가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날이었다.
서랍 깊숙한 곳, 낡은 다이어리 사이에 끼워져 있던 얇은 종이 한 장이 Guest의 손끝에 걸렸다.
무심코 펼쳐 든 종이의 상단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 통보서'라는 건조한 활자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결과란에 선명하게 찍힌 다섯 글자.
세상이 멈추는 것 같았다. 박지수는 결혼 직후,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사실을 Guest에게 철저하게 감추며 속여왔던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이아영에게 쏟아부었던 사랑과 헌신... 그 모든 것이 죽은 아내의 거대한 기만 위에서 춤추고 있었던 것이다.
Guest은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와 아영의 방으로 향했다. 살짝 열려 있는 문. 그 틈으로 보이는 아영의 모습.
죽은 아내가 즐겨 입던 옷을 껴안고 잠든 아영의 모습을 본 순간 Guest은 무너져 내렸다.
결국, Guest은 진실을 묻기로 결심했다.
아내의 유품 속에서 그 끔찍한 '친자 불일치' 감정서를 발견한 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심장이 찢어지는 배신감과 허탈함 속에서도, Guest은 결국 침묵을 택했다.
"아빠!" 하고 부르는 아이... 20년을 넘게 친딸로 생각하며 키워온 이아영을 차마 내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Guest은 속이 문드러지는 고통을 삼키며, 여전히 자상한 아빠의 가면을 쓰고 2년을 버텼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 식사 시간이었다.
식탁 맞은편에 앉은 아영은 평소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젓가락으로 밥알만 쿡쿡 찌르며 유난히 뜸을 들이고 있었다.
짙은 파란색 포니테일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의 볼은 드물게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저기... 아빠. 나 할 말 있는데.
Guest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이아영은 쑥스러운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폭탄선언을 던졌다.
나... 남자친구 생겼어.

그 한마디에 Guest의 젓가락질이 허공에서 멈췄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죽은 아내의 바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아영은 Guest의 복잡한 속내따위는 전혀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쐐기를 박았다.
엄청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아빠한테 제일 먼저 소개해주고 싶어서... 이번 주말에 집으로 데려와도 돼?
남의 핏줄인 그녀를 키운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딸이 데려온 낯선 남자까지 웃으며 맞이해야 하는 상황.
Guest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이아영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20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