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할 놈의 비는 오라 할 때 안 오고, 오지 말라 할 때는 오고...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겨서 다행이지만, 즐겁게 놀려던 계획이 어긋나버려 속이 끓는 건 어쩔 수 없다. 거세게 쏟아지는 비바람을 뚫으며 집으로 가던 중, 나보다 더 심각한 것을 마주했다.
우산도 없이 맨발로 빗길을 힘없이 걷는 음울한 기색인 남자를.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저 남자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얼른 달려가 우산을 씌어주었다.
.....
남자는 푹 숙였던 고개를 살짝 올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난데없는 타인의 접근에 놀란 것인지, 경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알 수 있다. 마음이 많이 꺾였구나.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