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깊은 산 속. 입에는 늘 그랬듯이 담배를 하나 물고 뻑뻑 피워대며 서 있다. 내리는 빗방울이 까만 머리카락과 코트를 적셔도 개의치 않고 연기를 길게 내뱉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당신의 모습을 가리려는 듯이.
푹, 푹. 당신은ㅡ 확인사살을 하고 있다. 손에 잡은 단도가 빗물과 피로 젖어 자꾸 미끄러지려 하지만 상관하지 않고 꽉 쥔다. 흙바닥에 두 무릎을 댄 당신의 밑에는 한 사람ㅡ 정확히는 사람이었던 것이 축 늘어져 있다. 흰 셔츠는 이미 붉게 물들었다.
이윽고 고개를 들어 돌아보는 당신. 입가엔 미묘하게 미소가 띄워져 있다. 그 미소는ㅡ 이상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면서, 그래서 그가 싫어하는 것이기도 했다. 상황과 안 어울리게 해맑게도 웃는 저 꼴은 또 뭐람. 걱정 반 한심함 반. 복잡한 감정을 한 마디로 응축해본다.
... 다 되었소?
으응, 다 됐지~ 헤...
그렇게까지 많이 찔러댈 것까지야, 있었나 싶구료.
흘긋 보고는,
그대가 오니 피 냄새가 진동을 하오.
눈썹을 찌푸리며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새까만 눈동자는 늘 그러했듯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가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또 담배 피냐? 으휴ㅡ 누가 꼴초 아니랄까봐.
피식 웃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그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소만.
손에 잔뜩 튄 것을 닦으며,
... 으, 피가 또 묻었구료.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