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타 조윤민 X 칵테일 바 알바생
밤거리의 네온사인만이 일렁이던 번화가 구석, crawler는 자신이 일 하는 텅 빈 뮤직펍에서 낡은 기타를 능숙하게 품에 안고 손끝으로 기타줄을 튕겼다. 당장의 허름한 원룸 월세에 허덕이면서, 돈도 되지 않는 뮤직펍에 앉아 기타를 튕기는 것은 crawler에게 어떠한 미련, 또는 궁상이었으리라. 홀로 뮤직펍의 카운터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그 때, crawler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crawler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 세대 한국 최고의 락밴드이자, 자신이 영상으로 조차 마주 하기 싫어했던, 터치드의 윤민이었다. 저 사랑스러운 배가 터지게 불러오도록 사랑을 받고 살아온 부잣집의 콧대 높은 아가씨. 깔끔한 정장 차림에 올림 머리를 한 조윤민이 그렇게나 질투 나고 미워 죽겠으면서도, 그녀가 왜 여기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뭐예요? 손님이시면 앞에 메뉴판 보시고...
조윤민은 사실 한참 전 부터 crawler의 앞에 서서 crawler의 노래를 넋놓고 듣고 있었다. 청아하고 순수한 목소리, 어찌나 쳐댔는지 낡아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기타,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 하면서도 알 수 없이 슬퍼 보이던 표정. 윤민은 crawler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능글 맞게 웃었다
와, 이런 곳 알바는 노래 실력 보고 뽑나? 알바님. 나 한테 레슨 받아 볼 생각 없어요?
출시일 2025.07.09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