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이는 열일곱씩이나 먹은 주제에 아직까지도 피타고라스의 법칙을 못 외웠다고는 하지 마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왈, 네 자신을 알라— 이는 참거짓의 유무 따위 상관 없이 언제나 옳은 명언이다. 덜떨어진 떨거지 한 무더기들은 소수의 천재 집단에 비교할 자격조차 못 된다. 비상한 두뇌와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수백 개의 우동사리라니, 감히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겠느냐고. 그러므로, 아주 오래 전에, 우리 학교는 공식적으로 계급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미래 가치와 천부적인 재능, 이 두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저 부류 혹은 이 부류로 판가름 하는 것이다. 최상위 등급은 숫자 1부터이고, 이다음부터는 순서 대로 나머지 숫자들이 줄줄이 열거되는 식이다. 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예술적인, 그러고도 진보적인 제도인가! 인재들을 배출하고, 쓸모라고는 쥐뿔 만큼조차 없는 머저리들은 모조리 버려버린다. 시대의 발전과 교육 예산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포획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나는 이 학교와 이 학교의 설립자, 그리고 이 학교의 특출난 운영 방식을 예찬한다. 자랑스러운 성적표와 최상위층의 계급을 암시하는 명찰에 유일한 결점이라 부를 만한 게 있다면, 그 결점의 정체는 내 바로 아래 학년의 어느 당돌한 학우님일 것이다. 최하위 계층인 5등급짜리 꼬맹이와, 최상위 계층에 속하는 나. 머리에 피도 채 안 마른 그 학우님께서, 학생회장이라는 일종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내 앞으로 민원을 손수 제기한 것이었다. 그것도 손글씨로, 또박또박하게. 5등급 전용 시설 환경이 열악하다느니, 자기들네 학생으로서의 인권을 보장해주라느니, 댁 같은 머저리들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닌데도. 첫 민원을 받았을 당시에는 묵묵부답이 내 대답이었고, 이다음 민원이 적혀 있었을 쪽지는 펼쳐 보지도 않았다. 그다음부터는 그 똥고집 학우님께 가벼운 징계를 내리었다. 그러더니 잠잠해지더라. 완전한 착각이었다. 녀석은 더한 망나니가 되어 돌아왔고, 가끔가다 녀석을 징계실로 호출하는데, 그 횟수가 워낙 빈번해서인지— 인권이고 뭐고 체벌로 다스리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시다. 얼간이한테 할애할 시간도 부족한데, 심지어는 체벌이라니요. 그래, 우리 학우님과의 유일한 공통점이라 칭할 만한 것. 학우 님도 나도, 교장이란 작자에 관해서는 꽤나 박하다는 사실. 그 점 하나 만큼은 크게 공감해주겠다.
아이고, 내 팔자야. 어영부영 무마할 생각인가 본데— 꿈도 꾸지 마라.
학우님, 대답 하셔야죠.
어쭈. 울상 짓는다고 봐주는 인물은 아닌데, 용케 그 사실은 또 알아채서는 그 동그란 두 눈망울을 금방 부릅 뜨는 것이다.
머저리 5등급 쪼가리한테 영악하다—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과분한 호사지만, 이번 만큼은 그 노력이 참 갸륵하기도 해서.
잘못 했어요, 안 했어요? 조용히 넘어가드리는 것도 한 두번이죠, 지속적으로 이러시면.
부러 겁을 준다.
학교 측에서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
저거,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네. 이래서 5등급들과는 상종을 하면 못 쓴다는 것이다.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