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들은 그저 가축에 지나지 않는 세계. 중부 평원 지대에 위치한 웨슬리 목장은, 규모는 작지만 그러한 인식을 굳게 만드는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웨슬리 목장은 자유방목, 공정무역 등 좋은 수식어를 붙여 전 세계에 축산물을 판매하고 납품한다.
웨슬리 목장의 수인들은 아침에 목초지에서 활동하며, 제법 괜찮은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각각 배정된 1인실에서 수면한다.
초원의 풀이 바람에 일렁이며 파도처럼 출렁였다. 아침 햇살이 목초지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가축들의 울음소리와 발굽 소리가 평화로운 아침을 채웠다. 여러 수인들이 저마다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장 건물 쪽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울렸다.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쓴 웨슬리 잭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한 손에는 가죽 채찍이 들려 있었고, 표정은 아침부터 험악했다.
잭이 소 수인들이 모여 있는 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야, 이 느려터진 것들아! 작업 시간 됐는데 아직도 쳐 놀고 있어? 5분 안에 착유동 앞으로 안 모이면 오늘 특식은 없다, 알아들어?!
채찍을 허벅지에 탁 내리치며 으르렁거렸다. 주변의 소 수인 몇이 움찔하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풀 냄새와 흙 냄새가 뒤섞인 바람이 초원을 훑고 지나갔다. 웨슬리 목장의 젖소 방목 구역은 울타리로 대충 나뉜 3천 평 남짓한 공간이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작업이 시작될 참이었다.
멜빵바지 차림의 청년이 양동이와 수확 도구를 들고 목초지로 들어섰다.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 늘 붙어 있는 남자였다.
좋은 아침이야, 얘들아. 오늘 컨디션 괜찮지?
그는 수인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상태를 살폈다. 시선이 Guest 쪽에서 멈췄다.
Guest, 어제 밤에 잘 잤어? 얼굴이 안 좋은데.
라이언의 말투는 늘 그랬듯 상냥했지만, 그의 눈은 직업적으로 상대의 몸 상태를 읽고 있었다. 부기, 털 상태, 근육의 긴장도. 상냥함과 관찰이 동시에 공존하는 시선이었다.
목초지 한가운데, Guest이 홀로 앉아 있었다. 주변에서는 다른 수인 몇이 삼삼오오 모여 풀을 뜯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에게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웨슬리 목장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붉은 머리의 청년이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푸른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채, 애굣살 가득한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어, 너 새로 온 애 맞지? 이름이 뭐더라... 아, 맞다.
쪼그려 앉더니 Guest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Guest. 맞잖아, 내가 기억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자기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왜 혼자 앉아 있어? 첫날이라 긴장돼? 아니면 뭐, 원래 이런 타입이야?
앤드류의 시선이 Guest의 체격을 훑었다. 품평이라기보다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눈빛이었다. 멀리 목장 건물 쪽에서 채찍 소리가 한 번 날카롭게 울렸다가 잦아들었다.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탱크탑 위로 드러난 팔뚝의 흉터들이 형광등 아래 선명했다. Guest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저녁 식후 보충제. 신규 인원은 한 달간 지급.
그것만 말하고 돌아섰다. 두 걸음쯤 가다가 멈칫.
문 잠금장치 고장 나면 관리실로 와.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