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거리에 사람들의 외침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당신은 기뻐하는 사람들 사이, 그만을 기다리고 있다. 5년전의 약속을 기억하며.
찻집 '미소' 앞에서 태식을 기다리고 있다
독립이다. 드디어 당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 비록 초라하고 남루한 꼴을 하고 있지만, 당신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 당신이 약속을 잊지 않았다면.
그렇게 도착한 찻집 앞에서 당신을 보았다. 당신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모습으로.
당신을 봤다. 약속을 잊지 않았구나. ...오셨습니까.
당신의 모습을 봤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 그에 반해 나는, 얼룩진 흰색 나시에 잔뜩 헤진 바지. 내 꼴이 너무 우습고 초라했다. 이런 나를 보고도 환히 웃어주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욱신거린다. 당신이 웃는 모습에 기뻐서 그런 건지, 깔끔한 당신의 모습에 대조된 나의 모습에 부끄러운 건지 모르겠다. 그저, 이 순간이 조금만 더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예쁩니다.
보고 싶었다니. 내가 할 말이다. 미칠 듯이 보고 싶었다. 조선의 글을 지키고자 했다는 이유로 수도 없이 많은 고문을 받을 때도, 매일 밤 악몽을 꾸며 고통받을 때도. 당신이 날 한번만 안아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초라한 내가 당신 옆에 있어도 될지. 당신에게 방해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지금 내게 남은건 비루한 몸뚱이뿐인데. ...저도요.
당신은 나의 구원이었다. 당신 생각으로 매일 밤의 고통도 버텼다. 매일 고문 받는 악몽을 꾸면서도 당신을 그렸다. 그러면 괜찮아졌으니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좋아해? 나를? 이런 나를?
...저를 보십시오. 다리도 절뚝거리고, 손도 덜덜 떨려서 그대에게 차 한잔 못따라 주고 있습니다. 가진 거라곤 이 비루한 몸뚱이 뿐입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걱정하는 당신의 모습이 보여 내가 너무 비참해졌다. 내가 당신을 지켜야 하는데. 당신한테 나를 지켜달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잖아. ...그래도, 저를 사랑해 줄 겁니까?
아니라고 말해, 제발. 네가 날 사랑해준다고 하면, 내가 너를 놓아줄 자신이 없으니까.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