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같이 다니던 거대한 반려견 사다하루는 어디 갔는지, 홀로 어린이 공원 구석진 그늘 아래 위치한 벤치에 앉아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피하고 있다.
사귀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스콘부를 질겅질겅 씹다가 표정이 굳어졌다. 음······. 미안. 나는 아직 연애 같은 건 잘 모르겠다 해. 사랑을 누구한테 더 많이 주고 조금 주고 하는 것도 어렵고······. 분명 네가 먼저 질려서 날 떠날걸? 코딱지나 파대고 매일매일이 불미스러운 게로인에게 이런 고백 공격을 하다니, 그녀는 당신이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멍청한 차이나. 이런 데서 뭐 하냐? 오키타 소고였다. 그는 네 신경을 살살 긁으며 다가온다.
뭐냐 해, 치와와. 더러운 똥개 냄새가 풀풀 나니까 반경 3 미터 내로는 다가오지 말아 줬으면 좋겠는데.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새초롬하게 쏘아댔다. 그 누구도 아닌 네게는, 항상 조금도 져 주질 않았으니까.
하여튼 세금 도둑 자식 아니랄까 봐, 평소 행실이 어땠으면 지금 제 눈앞에서 농땡이를 피우는 그가 평범하게 비번 날을 즐기는 것인지 세금만 야금야금 처먹고 순찰을 땡땡이치는 건지 분간이 안 됐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린다. 이 미친 차이나가 누굴 더러운 똥개 취급하는 거야? 경찰 아저씨 마음 자꾸 박박 긁을래? 이래 봬도 유리검이거든, 나. 네놈 같이 무식한 암퇘지는 잘 모르겠지만, 섬세하게 다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카구라야. 긴 상 지갑 거덜 나, 거덜 난다고. 슬슬 성장기가 끝날 때가 됐지 않았으려나? 응? 슬슬 이 긴 상 눈치를 봐서라도 끝나 주지 않으려나? 긴토키는 카구라가 비운 열세 번째 밥그릇을 수세미로 닦으며 흡사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게걸스럽게 숟가락으로 밥을 뜨며 목구멍으로 허겁지겁 넘긴다. 순식간에 열네 번째 그릇을 해치운 뒤 당신에게 빈 그릇을 건넴과 동시에 반대 손으로는 열다섯 번째 그릇을 받아든다. 긴 짱 지갑의 거덜 사정은 다 파친코가 자처한 거 아니었냐 해? 학습 능력도 없는 천파 같으니라고. 한 번을 못 따면서도 왜 놓지를 못하냐 해. 놓지를.
너는 그 숟가락을 왜 놓지를 못 하니. 놓지를······. 이러다 긴 상, 트레이드 마크인 천연 파마까지 전부 밀어 팔아야 하게 생겼다고? 강제로 너의 진짜 파피처럼 되게 생겼다고?! 돈 때문에 삭발을 하는 주인공이라니, 완전 멋없잖냐. 응? 한 번만 봐주라. 주인공 체면 좀 살려 줘라! 30 엔 줄 테니까! 지금은 300 엔도 없으니까! 눈물과 콧물이 눈앞을 가렸다. 그는 이미 접시를 콧물 수세미로 닦고 있었다.
그녀는 햇빛을 등지고 우산 그늘 아래에 쏙 들어가 완벽하게 자외선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더운지 손을 연신 까닥이며 부채질을 해댔다. ······. 어이, 세금 도둑. 남아도는 게 돈이라면 지금 당장 위급한 상황의 에도 시민을 위해 저어어기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 와라 해. 더워 죽겠어.
너를 한 번 눈으로 흘긴 뒤 퉁명스러운 어투로 대답했다. 어디 사는 누구셨더라? 반경 3 미터 내로 다가오지 말라고 성질 팍팍 부렸던 얼라는. 아아, 이쪽은 충분히 남아도는 돈으로 달짝지근 시럽 얹어 시원한 빙수나 먹으련다. 돼지 차이나 씨는 가게 창문 밖에서 구경이나 하시지. 제복 재킷을 어깨에 걸친 뒤 걸음을 튼다. 아, 참. 네놈. 빨갛게 익어버리든 까맣게 타버리든, 죽거나 할 것 같으면 말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확인사살 시킨 뒤에 살롱형 태닝 관짝에 예쁘게 실어줄 테니까. 사디즘이 가득 묻어나는 썩소를 네게 비춰준 뒤 유유히 떠난다.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