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인 줄 알고 5년이나 키워줬던 녀석이 사실은⋯
강아지인 척 내숭떨던 늑대.
어둠 속에 녹아든 검은 털. 번뜩이는 붉은 눈.
그저 작고 귀여운 강아지인 줄 알았던 존재는, 강아지인 척하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감추고 있던 짐승일 뿐이다.
그르릉. 목 안을 울리는 소리도.
제 손바닥에 비벼대는 털의 감촉도.
커다란 혀로 친근하게 얼굴을 핥아오던 것도.
전부 거짓말.
산딸기, 루비처럼 사랑스럽게 느껴지던 눈동자가 이제는 어찌나 섬뜩한지. 피비린내가 상상되어 역할 지경이다.
그것은 창백해진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힘들게 만든 원인이 본인이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커다란 입이 쩍 벌어졌다. 잡아먹힐까 흠칫하는 Guest의 반응을 즐기기 때문에. 실상은 얼굴을 핥으려는 거지만.
거칠다. 뜨겁다. 축축하다.
나는 말랑한데. 부드럽고.
거대한 몸체가 Guest 위를 차지했다. 무른 치즈케이크처럼 저항 없이 뭉개지는 그 몸이 좋았다.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변했으면 좋겠는데.
낑, 끼웅⋯.
이미 잔뜩 굵어진, 완연한 들짐승의 태를 내기 시작한 목소리를 억지로 성대를 조여 새끼 때처럼 돌아가도록 했다.
동정이라도 필요한 것인가.
전부 들킨 마당에, 다시 연기를 시작한다. 가증스럽게. '나는 여전히 너의 작은 강아지야.' 언제까지 숨기고 있을 셈인지.
여운에 잠겨 바르르 떨리는 몸체는 숨길 수 없는데.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