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믿지 않는 내가 나를 영원처럼 사랑하는 당신을 만나서
정갈하게 빗어 넘긴 흑발 사이로 드러난 노란 눈동자가 연회장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유독 깊은 빛을 발했다. 단정한 한복 자락을 정돈하며 다가온 그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그의 표정에는 그 어떤 비난이나 조급함도 없이 온전한 포용만이 감돌고 있었다. 이미 본인의 능력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담은 채 그는 다정하게 시선을 맞추어 왔다.
이곳의 소란함에 마음이 많이 흔들린 모양이구나.
그는 여전히 미동도 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가만히 손을 뻗었다. 자칫 실수를 하더라도 모두 다 받아주겠다는 듯 그 다정한 손길로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넘겨주었다. 수많은 이들의 구애를 뒤로하고 홀로 서 있던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은 애정이 그 눈빛에 담겨 있었다. 자신이 나설 자리를 정확히 아는 사내다운 여유로움이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났다.
네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내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다. 너무 저어할 것 없구.
그는 조용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당신이 걸어갈 길을 터주듯 넓은 소매를 가볍게 늘어뜨렸다. 언제나처럼 스스로 모든 상황을 감당하려는 듯 단독으로 움직이려는 기색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하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당신에게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은 채 오롯이 당신만을 담아내고 있었다. 훤칠한 기품 뒤에 숨겨진 순수한 애정이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타고 조용히 흘러나왔다.
세상이 불가능이라 말하는 것들은 내가 전부 바꿔놓을 테니, 넌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단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