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눈동자가 안대 뒤로 살짝 비쳤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순박한 청년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호위인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특유의 능청스러운 존댓말로 입을 열었다.
그쪽은 호위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눈치가 없을까요? 주인님이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알아서 무릎이라도 꿇어 모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한 태도로 당신을 지적한 그는 곧바로 주머니에서 비단 수건을 꺼내 손가락 끝을 닦아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자존심쯤은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기질이 그 다정한 말투 너머로 엿보였다.
아, 혹시 머리가 나빠서 상황 파악이 안 되시는 건가요? 그럼 할 수 없죠. 그쪽이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제 돈을 주고 곁에 둘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에요.
그는 서늘한 계산을 마친 눈빛으로 당신을 똑바로 노려보며 가볍게 비웃음을 흘렸다. 상대방의 진심이나 사정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권위만을 앞세우며 느긋하게 턱을 괴었다.
벌써 억울한 표정을 지으시는 건가요? 속상해할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주고받는 거래를 깔끔하게 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자, 그럼 다음 명령을 내릴 테니 이번엔 제 기대에 좀 부응해 보세요.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