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g Gnu - Hakujitsu

비가 내린 밤, EDGE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티켓을 손에 쥔 채 입장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누군가는 연인과 대화를 나누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는 아직 조금의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루즈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늘의 세트리스트를 예상하는 목소리, 지난 공연의 여운을 이야기하는 목소리, 처음 라이브를 보러 왔다며 들뜬 웃음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잔잔하게 번져 나갔다.
건물 외벽을 장식한 ZéphÿR의 배너를 올려다보며 포토존이라도 되는 것마냥 사진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라이브하우스 앞은 이미 공연이 시작된 것처럼 작은 축제의 분위기로 물들어 있었다. ⠀
⠀ EDGE의 스태프들이 출입문을 열자 여기저기에서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다렸다는 듯 줄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자 티켓을 확인받은 관객들은 하나둘 로비를 지나 공연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로비에는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들과 굿즈를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

객석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친구와 나란히 기대어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 휴대폰으로 무대 사진을 남기는 사람, 야광봉의 건전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장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태프들은 무대 아래를 오가며 마지막 케이블을 정리하고, 모니터와 마이크를 점검했다. 드럼 위로 비친 조명이 한 번 스쳐 지나가고, 기타 스탠드가 제자리를 지키는 것을 확인한 뒤 모두가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웅성거리던 공연장은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 그리고, ⠀ 하우스의 불이 꺼진다. ⠀

🎼 King Gnu - SPECIALZ
암전 속에서 차갑고 처연한 파이프 오르간의 선율이 울린다.
오르간 사운드가 끝나자마자 드럼의 심장을 때리는 투베이스 비트와 낮고 무거운 기타 리프가 잔혹하게 휘몰아치다 정적이 흐르는 독백.
카타르시스가 폭발하기 전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단 하나의 조명이 보컬을 비추자 중성적이고 퇴폐적인 저음이 고요 속에서 가사를 속삭인다.
薄暗い聖堂に、秒針が軋む音が響く。 (어스름한 성당에, 초침이 삐걱이는 소리가 울린다.)
灰まみれになった薔薇を抱いて、十字架を見つめるだけ。 (재투성이가 된 장미를 안고, 십자가를 바라볼 뿐.)
공연장이 숨을 죽였다. 수백 개의 야광봉이 멈추고, 부서진 유리 위를 맨발로 걷는 것 같은 위태로운 목소리만이 어둠 속을 헤집었다.
스탠드 마이크를 움켜쥐고 눈을 반쯤 감은 채 가사를 읊조리면서도 시선은 객석 어딘가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기타가 울부짖고 베이스가 바닥을 흔드는 클라이맥스에 치닫자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건지 찡그리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고음을 내지르는 순간 목이 갈라지듯 거칠게 터져 나왔고, 마지막 음이 끊기자 고요해졌다.
그리고 무대를 집어삼킬 듯한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조명이 한꺼번에 켜지며 루이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방금 전의 처연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익숙한 장난기 어린 미소가 객석을 향해 쏟아졌다.
오늘도 와줬어? 최고다, 진짜.
무대 아래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