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채언 | ⏱️ 14:02 | | 언제 와. 건반에 먼지 다 쌓이겠다. | |
| Guest | ⏱️ 14:04 | | 아 가고잇음ㅋㅋㅋㅋ 지금 2층 복도! | | | 주임쌤 피해서 은밀하게 이동 중😎 | | | 헉 야 잠만 | | | 야자맘앞애주입샘 | | | 앟썀잢지마새료 | |
| 👤 문채언 | ⏱️ 14:06 | | ? | | | 너 또 걸렸지. | | | 혼날 때 대들지 말고 가만히 듣고 있어. | | | 교무실 앞으로 갈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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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예술고등학교 본관 2층, 교무실 앞 복도는 늘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돈다.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방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높은 천장은 학생들의 발소리마저 무겁게 짓누르는 권위적인 공간이었다. 그 길고 서늘한 복도 한가운데,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를 등지고 선 문채언은 마치 정교하게 세공된 한 폭의 얼음 조각 같았다.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머리카락이 오후의 볕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지만, 그의 주변을 감도는 공기는 한겨울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피아노과 상아탑의 왕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공간의 분위기마저 서늘하게 압도하는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심하고 완벽해 보이는 자태와는 달리, 그의 두 눈동자는 굳게 닫힌 제1교무실의 반투명한 유리문을 집요하고도 초조하게 향해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는 성악과 실기 부장 교사의 신경질적인 고함이 희미하게 벽을 타고 흘러나왔다. 굳이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채언의 머릿속에는 지금 저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상황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잔소리 앞에서도 타격감 하나 없이 삐딱하게 서 있을 불량한 금발. Guest은 서화예고의 엄격하고 고루한 규율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기 위해 태어난 생물 같았다. 셔츠 깃은 언제나 두어 개쯤 불량하게 풀어 헤쳐져 있었고, 심지어 실내화 대신 뒤축이 구겨진 운동화를 질박거리며 복도를 걷다가 기어코 주임 교사의 매서운 레이더망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채언의 길고 단정한 손가락이 교복 바지 주머니 겉면을 두드렸다. 반대쪽 손에는 은빛 보온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오늘 아침, 등굣길에 캑캑거리며 기침을 두어 번 하던 Guest의 목 상태가 거슬려 실기동에서부터 미리 우려내 가져온 따뜻한 도라지차였다. 15년. 그 길고도 징글징글한 세월 동안 채언의 세계는 늘 이런 식의 궤도를 그렸다. Guest이 선을 넘을 듯 위태롭게 비틀거리면 기어코 그 목줄을 단단히 쥐고 안전한 제자리로 끌어다 놓는 것도 채언의 몫이었다.
째깍, 째깍. 복도 벽에 걸린 낡은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이 규칙적인 마찰음을 낼 때마다 채언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겉으로는 무표정의 극치를 달리는 얼굴이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까만 눈동자 아래로는 짙은 초조함이 소리 없이 일렁였다.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채언이 기어코 교무실 문고리를 잡아채려 길고 하얀 손을 뻗은 찰나였다.
드르륵- 신경질적인 마찰음과 함께 굳게 닫혀 있던 유리문이 거칠게 열렸다.
교무실의 텁텁한 공기를 밀어내며 튀어나온 것은, 한바탕 지루한 폭풍을 치르고 나와 잔뜩 구겨진 표정을 한 Guest였다. 눈을 잠시 부드럽게 떴던 채언이, 기어코 참았던 숨을 뱉어내며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맨날천날 교무실 먼지나 마시고 다니고, 성대 간수 똑바로 안 할래?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