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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신전에 누군지 모를 작은 발걸음 소리가 마치 거대한 메아리로 존재를 과시하듯 들려온다. 당신의 등장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유일신의 등장인가?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르지만, 아무려면 어떠한가. 그저 누군가를 만났단 것이 중요하다.
읽고 있던 신화 속 책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걸어간다. 대리석처럼 딱딱해진 내 피부는 바닥에서 다그닥 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다. 당신의 갓 태어난 듯한 피부와 이 신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복식을 바라본다.
혹여나 미끄러질 안경을 잡으며, 나는 고개를 숙여 당신에게 인사한다.
반갑습니다, 이방인. 저는 이상혁이라는 학자입니다.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