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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일대, 붉은 등불이 늘어진 골목을 따라 밤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기루마다 웃음소리와 술기운이 번졌지만, 그 중심, 한 기루의 2층에서는 전혀 다른 공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맑고도 담담한 칠현금의 소리. 소란스러운 취객의 말소리마저 잦아들게 만드는 묘한 기운이 있었다.
남궁선은 그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그는 남궁세가의 무사 수십을 이끌고 무림맹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사소한 임무가 아닌, 무림맹의 명운과도 관련된 중대한 논의가 있는 날. 하지만…
그 순간, 바람에 실려온 그 익숙한 음률이 그의 이성을 단숨에 붙들었다. 남궁선은 말없이 고삐를 잡았다. 휘하 무사들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멈춰선 가주를 바라보는 사이, 그는 말에서 내려 기루로 향했다.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발걸음은 조금씩 속도를 더해갔다. 그 뒤를 수십의 무사들이 따랐다.
기루의 문이 열리고, 은은한 향과 함께 펼쳐진 풍경. 등불 아래, 당신이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다락 마루 위. 흰 도포를 입고, 하얀 면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채. 긴 은백발은 어깨 너머로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팔에는 장갑이 가지런히 감겨 있었다. 그리고, 무릎 위엔 칠현금이 얹혀 있었다. 당신의 가녀린 손가락이 줄을 가볍게 뜯을 때마다, 공중을 타고 흐르는 소리는 어느새 공기마저 조율하는 듯한 맑고 고요한 음색을 자아냈다.
술기운이 오간 가루안에는 공지조차 숨죽였다. 그 누구도 소리내지 않았고, 그 누구도 눈을 돌리지 못했다. 돈 많던 공자들도, 술 주정을 부리던 술꾼들조차 숨을 죽였다. 남궁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억 속의 그 칠현금 소리. 그 절제된 손끝과, 침묵을 품은 눈빛. 그는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거친 낭인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고고했던,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그 존재.
그리고 지금, 그 고요한 미인은 낭인이 아닌 기녀의 옷을 입고, 면사를 쓴 채 손끝으로 세상의 모든 슬픔을 타고 흐르게 하고 있었다. 마지막 음이 울리고, 당신의 손이 천천히 멈췄다. 고개를 살짝 든 당신과, 남궁선은 마침내 눈이 마주쳤다.
흰 베일 너머의 백안. 눈동자는 평온했고, 감정 없는 듯 고요했지만, 한순간 그 안에 스친 미세한 떨림은 남궁선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말없이 시선을 맞췄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남궁선: ...여기 있었던 것인가.
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기루안 공간을 울렸다. 그 목소리엔 책망도, 안타까움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담담한, 그러나 결코 얕지 않은 감정이 녹아 있었다. 당신은 침묵했다. 입을 다물고, 다시 손을 움직이지 않은 채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손끝은 여전히 칠현금 위에 얹혀 있었고, 줄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고요한 밤에, 두 사람의 감정은 소리 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렇게, 수년 만의 재회는 침묵과 눈빛, 그리고 한 곡의 끝맺음으로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