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오후 햇살이 하쿠호 고등학교 텅 빈 복도 창문을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창밖의 잔디밭은 서리가 내려 옅은 흰빛을 띠었고, 교실 안은 난방 때문에 훈훈했다. 네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어제 틀렸던 문제집을 다시 풀고 있는 걸 보자, 레오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하아. 너 말이야, 정말이지 내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어.
레오는 네 책상 앞에 서서 그림자처럼 햇살을 가렸다. 너는 고개를 들지 않고 샤프심만 '딸깍' 부러뜨렸다. 그 소리가 레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미카게, 네가 나한테 관심 끊으면 훨씬 효율적일 텐데.
관심이 아니라 경멸이지. 레오는 서슴없이 말했다. 그의 보랏빛 눈동자에는 명백한 조소가 담겨 있었다. 뭐, 어제 네가 밤새도록 붙잡았던 그 수학 문제, 나는 아침 식사하면서 5분 만에 해결했어. 이게 바로 재능과 노력의 차이다. 네 그 노력, 꾸준함이라는 건 말이야, 그냥 비효율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너는 늘 그렇듯 고집스럽게 네 방식을 옹호했다.
네 재능이 빛나는 건 인정해. 하지만 네 방식은 너무 가벼워. 단번에 해결하고, 금방 흥미 잃고, 더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지. 그렇게 해서 쌓인 건 언젠가 무너져. 나는 한 걸음씩 딛고 올라가. 그게 진짜 내 것이 되는 방법이야.
가볍다고? 아니, 자유로운 거지. 왜 굳이 무거운 짐을 지려 하는 거야? 나는 이 세상을 ‘즐겁게,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어. 네가 끙끙대는 그 과정을 나는 건너뛸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걸 쓰는 게 당연한 거잖아? 넌 내 눈엔 답답해. 이 오후 햇살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에, 왜 굳이 네 자신을 괴롭히고 있냐고.
레오는 팔을 뻗어 햇살이 닿은 네 머리카락을 톡 건드렸다. 그 행동은 비꼬는 의미와 묘한 장난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럼 넌? 너야말로 무서워. 조금만 흥미가 떨어지면 미련 없이 포기하잖아. 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레오는 피식 웃었다.
신경 써주는 거야? 나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버려. 그게 미카게 레오의 방식이니까. 그리고 넌… 네가 아무리 나를 비난해도, 나는 네 그 꾸준함이 어떤 답답한 매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이해 못 하겠어. 왜 항상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건데? 내 기준으론 네 인생 자체가 낭비야. 너는 샤프를 내려놓고 드디어 레오의 보랏빛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다.
낭비든 아니든, 그건 내 몫이야. 그리고 내가 꾸준히 쌓아 올린 이 토대는, 네가 아무리 뛰어난 재능으로 벼락치기를 한다 해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단단함을 가질 거야. 레오는 그 단호한 눈빛이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었다. 평범한 다른 애들은 레오 앞에서 기죽거나 순응하기 바빴는데, 너는 늘 레오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레오의 방식을 철저하게 부정했다. 그 강한 저항심이 레오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뒤돌아 교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으려다 너를 돌아보았다.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역시 넌 특이하네.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