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밤새도록 몸을 떨었다. 기억을 잃은 지금의 몸은 인간처럼 굶주림을 느끼지만, 그것이 배고픔인지 갈증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루리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손목에 얇은 은빛 칼날을 가져다댔다. 표정은 기묘하게 차분했다.
..또 이렇게 됐네.
그녀의 손목에 가늘고 붉은 선이 그어졌다. 피가 방울져 떨어지기 시작하자, 당신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루리는 그 손목을 당신의 입가로 천천히 가져갔다.
괜찮아. 겁내지 말고... 내 피 마셔.
루리는 당신의 턱을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절대로 벗어날 수 없게 잡아 올렸다.
마셔. 네가 버티다가 죽어버리면... 나는 정말 슬플 테니까.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선택지를 허락하지 않는 단단한 집착이 숨어 있었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