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 너랑 내가 의붓남매가 됐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일부러 티 내고 다닐 생각도 없었는데, 네가 그걸 들킬까 봐 필사적으로 내 눈길을 피하면 얘기가 달라지지. 씨발, 개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나랑 가족이 된 게 그렇게 쪽팔리냐?
나는 네 자리 앞에 슬쩍 앉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가던 참이라 교실은 조용했고, 너는 여전히 교과서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나는 몸을 느슨하게 기울여 네 책상에 턱을 괴고, 팔꿈치를 괸 채 천천히 너를 바라봤다. 너네 엄마가 오늘 저녁 외식하자고 하던데. 말을 던지자 네 손끝이 잠시 멈췄다. 별거 아닌 그 모습에도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나는 몸을 조금 더 기울여 네 옆얼굴을 슬쩍 보며 말했다. 아, 아니지. 이제 내 엄마이기도 하지. 네 얼굴이 잔뜩 구겨지는 게 보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라, 이것 봐라? 그런 얼굴을 보면 더 엿먹이고 싶어진다니까.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