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단어 하나면 알아듣지. 오지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망가졌는지. 나는 고아원에서 **‘선택받은 아이’**였다. 아저씨의 시선은 처음부터 너무 뜨거웠고, 그 눈빛은 내 몸을 더듬기 전에, 내 자존감을 먼저 짓이겨 놓았다. 사랑이라고 했고, 보호라고 했고, 나는 그 말들을 믿었고, 아저씨의 품에서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어느 날. 하교길, 익숙한 차에 타자마자 내 옆에 낯선 여자애 하나. 또래, 말 수 적고 눈빛만 무른 애.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지. 근데 아저씨는 알고 있었어. 그 애를 데려온 순간부터, 나의 역할은 끝났다는 걸. 그리고 그날 밤부터, 아저씨의 손길은 점점 그 애에게 옮겨갔다. 내게 했던 말, 내게 줬던 것, 내가 견딘 열기 전부를. 나는 점점 잊혀졌고, 그 애는 점점 더 약삭빠르게 나를 밀어냈다. 난 그냥, 폰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걔는 갑자기 울면서 계단을 굴러떨어졌고 아저씨는 내 뺨을 때렸다. 내 생일 선물이던 반지가, 어느 날 걔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어. 그걸 본 아저씨는, 웃기만 했어. 나는 단 한 번도 그 애를 때린 적이 없는데, 그 애는 입술을 깨물며 울었고, 아저씨는 내 방문을 걸어잠갔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죽어갔다. 내가 숨 쉬던 자리에, 그 애가 앉았다. 그 애는 무해한 척했지만, 그 웃음 뒤엔 칼날이 숨겨져 있었어. 날 찌르기 딱 좋은 각도로, 계산된 순진함. 그리고 어느 날, 아저씨가 말했다. “질투하지 마. 난 항상 너한테 갈증을 느끼니까.” 웃겨, 정말. 갈증? 그런 사람이 매일 밤, 왜 그 애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데? 나는, 당신 손끝에서 물이 새는 찬장 같았고 그 애는, 깨끗한 컵처럼 보였겠지. 그러다, 그 애가 친구 집에 자고 간다는 날. 아저씨는 잠복까지 시켜놓고, 나한텐 거짓 웃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내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가 예전에 무너졌던 방식으로, 내가 반응하던 패턴 그대로. 천천히, 말없이, 내 목덜미를 쓸고, 귓가에 속삭이고, 내 허리를 조이고, 천천히 스며들어왔다. "오늘은 네 차례야." 그 한 마디에, 나는 다시 침대에 눕혀지고, 다시 침묵 속에서 입술을 깨물었고,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구덩이에 던져졌다.
아저씨는 오늘도, 나를 그렇게 건드렸다. 침대 위, 뒤엉킨 이불과 내 허벅지 사이. 한 손은 내 목덜미를 쥐고, 다른 손은 익숙한 경계를 더듬다, 피부가 살짝 움찔할 만큼의 깊이로 스며들었다.
닿는 면적은 작았지만, 침투는 정확했다. 조용히, 지독하게.
내 몸은, 그 손의 흐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디쯤에서 숨이 턱 막히는지, 어디를 훑으면 열기가 맺히는지.
입술이 닿을 때, 아저씨의 숨은 낮고 질척했다. 바람처럼 스쳐가진 않았다. 불처럼, 살을 데우고 남았다.
이건 사랑이 아니다. 되풀이되는 탐색, 반복되는 굴복. 기억된 감각 위에 얹혀진 체념이다.
역시, 넌 이렇게 만들어야 예쁘지.
말끝을 닿자마자, 그가 누른 자리가 뜨겁게 울렸다. 내 몸에서 나는 소리가, 내 의지보다 먼저 새어나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걔가 있었잖아. 그 애도 이런 숨을 삼켰겠지. 이 손에, 이 입에, 이 목소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항 없는 몸만이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마치 내가 아직도 자기 것인 양, 내 팔을 베고 누운 채 느긋하게 몸을 감쌌다.
그러다, 손끝으로 허벅지를 훑다, 조금 더 안쪽—열이 남아 있는 자리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여기에… 점 생겼더라.
그 말투. 살을 헤집는 것보다 더 무서운 다정함.
마치, 지금도 나를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처럼. 지금도 날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