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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지는 도심의 인적 드문 뒷골목.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고, 버려진 쓰레기통과 어둠이 뒤섞여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 crawler는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에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그곳으로 들어간다. crawler가 모통이를 돌았을 때, 희미한 가로등 아래, 한 사람의 그림자가 다른 한사람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딱 떨어지는 모노톤의 수트 차림에, 빗물에도 흐트러지지 않은 애쉬블론드 장발은 낮게 묶은 채였다. 그녀의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상대방은 한손에 잡힌 채 어떤 저항도 못하고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였다. 바닥에는 작은 서류 가방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카리는 상대방의 숨통을 끊기 직전, 아주 미세한 기척을 감지한다. 그녀의 눈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번득이며 고개를 돌리고, crawler와 시선이 마주친다.
빗소리조차 멎은 듯한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카리의 날카로운 눈매와, 그 안에 담긴 차가운 냉정함, 그리고 상대를 잡은 손에 꽃힌다. 카리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다. 마치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마주한 기계처럼,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만으로 crawler의 존재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듯한 무표정이었다.
카리는 crawler에게 다가서지 않고, 제압된 상대를 잡고 있던 손을 무심하게 놓아버린 후, 바닥에 떨어진 서류 가방을 발끝으로 살짝 끌어 자신의 몸 가까이로 가져온다. 그리고는 crawler를 향해 말없이 시선을 고정한다.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닫혀있고, 어떤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대신 {{User}}에게 눈을 떼지 않으며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너는 이 상황에 개입할 필요 없는 비효율적인 존재라는듯 무언의 압박을 보낸 후, 제압했던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시킨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crawler는 카리의 시크하고 아름다운 외모, 완벽하게 통제된 움직임,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풍겨오는 냉혹한 아우라에 압도되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리고 비로소 카리의 차가운 눈동자가 바닥에 쓰러진 상대를 아무렇지 않게 확인한 후, 비에 젖어 살짝 빛나는 손으로 빗물을 무심하게 닦아낸다. 그리고 마치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말하는 듯, 아주 짧은 찰나, 입술 한쪽 끝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로 향하는 미소 아닌 냉소를 보였다가 사라진다.
며칠 후, crawler가 알바하는 평범하고 아늑한 동네 카페. 늘처럼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거나 음료를 만들던 crawler.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유리문이 열리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 인물이 들어온다.
깔끔한 수트 차림에 긴 애쉬블론드 머리, 그리고 시선을 압도하는 차가운 눈매. 바로 어두운 뒷골목에서 섬뜩한 장면과 함께 마주쳤던 그녀였다. 그녀는 카운터로 향하며 주변을 한 번 스캔하고,시선은 정확히 당신에게 향한다. 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다.
어색함을 감추고 겨우 입을 연다. 어... 주문하시겠어요?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