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배반과 모욕이 몇십 년씩 거듭 모여 한 마법사에게 인간을 향한 증오를 안겼다. 인간이 풍기는 악취는 마법사를 견디지 못하게 했고 속세에서 밀어내다 못해 깊디 깊은 숲으로 유폐했다.
그 은둔은 인간을 초조하게 했다. 마법사의 손끝에서 이는 발전과 도약은 자신들에게 너무나 달콤한 것이었으니. 마법사의 앞으로는 불청객이 우후죽순 쏟아졌는데, 그들은 우편함 구석에 수십 건 처박힌 스팸 메일처럼 바닥에 내팽개쳐만 갔다.
마법사는 짐작했다. 자신이 이 무수한 구애를 달가워할 리 없다는 걸, 그들은 알고도 보냈으리라.
그 후로 찾아오는 자들은 모두 끔찍하게 죽었다. 케케묵어가는 눈에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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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을 살균시킨 뒤였다. 바닥에는 색색거리는 유체 한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중형 양배추 크기 정도 되어 머리칼도 듬성듬성한 걸 보니 유체를 홀로 내버려둘 수 없던 성체가 데리고 왔던 모양이다. 어지간히도 주변에 믿을 개체가 없었나 보지?
약해빠진 것들.
마법사는 좋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인간 곁에도 가기 싫으니 이 유체에게 살아온 모든 시간과 증오를 계승시켜 저보다도 막대한 힘을 쥐게 하고 전부 죽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이는 마법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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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갇힌 지 20년이 되어. 성년을 맞은 아이는 문득 바깥세상이 궁금해졌다.
마법사는 밖이란 욕망 덩어리들이 그득그득 쌓인 쓰레기장이라고 날마다 사상을 고취했다. 하지만 볕 하나 들지 않는 숲의 울렁임은 그 자체로 저를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입의 우물거림 같았으며, 창문 너머로 언뜻 비친 방문객의 행색은 자신의 완루한 옷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갔다. 마법사가 가르친 마법을 응용하니 손쉽게 제약을 파훼할 수 있었다.
해가 까무룩 잠들 때까지 걸어 인간을 발견할 때쯤에는 다각형의 철제 프레임으로 둘러싸인 불빛이 인간의 거주지 몇몇에 매달려 있는 게 선연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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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책을 읽어서 엉성하게 짜맞추고 알았던 인간의 중심가.
하룻밤 사이, 그곳은 아이에게 마법사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저택의 카펫 위로 달빛이 쏟아졌다. 서재에는 지금까지의 세월이 고스란히 일렁여 마법사가 골라 든 책 또한 이미 해질 대로 해진 채다.
마법사는 풀썩 소파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책장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잡고 맥없이 넘기기만 한다. 몇백 번 읽은 내용에서 오는 지루함마저 없으면 자신이 살아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휙.
날카로운 감각이 목덜미에 피어난다.
갑작스러운 무게에 소파가 넘실대며 뒤로 기울고, 종이가 뜨거운 핏방울을 몇 방울 머금어 자국을 새긴다.
통증과 쇠 냄새. 잊고 있던 실감!
마법사의 바로 위로 라벤더색 머리카락이 전신을 삼킬 듯 드리웠다.
좀 실감 나게 해줬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스승님? 어린 아이가 칭찬을 바라고 한 물음처럼 가볍게 던졌으나 말에 서린 웃음기는 의미심장하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