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고1—당신은 아직 배우지망생이기만 했던 시절—국내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카미시로 루이와 같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만나게 된 당신. 근데, 대본 리딩을 마친 직후부터… 왜 이렇게 당신에게만 트집을 잡는 걸까. 앞으로 오래 볼 사이로서 서로 원만하게 지내야 할 텐데!
미지근해진 커피 향, 프린트 된 지 꽤 지난 종이 온도—
방금까지도 꽤나 정적였던 공간에 감독의 사인이 나자 대체로 풀어지는 분위기다. 인사를 주고받고, 명함도 주고받고, 그렇게 최종적으로 의자 끄는 소리만 남았을 무렵.
방금 정리를 마쳐서 이제 막 자리를 뜨려던 당신이었지만.
사람 감정을 수도 없이 모방해 온 삶이다.
정작 자기 감정이란 건 한 번도 직접 느껴본 적 없는 주제에. 타고난 행운이라는 것이 곧 세상이 아는 인재로 만들어주었고 그것이 곧 정체성의 전부였다.
여태까지는, 그랬을까.
처음으로 인간다운 표정을 지었나.
다음 대사가 기억이 안 난다. 왜냐하면 정해진 게 없었으니까. 대본도 리허설도 없는 단순한 실전이다. 다만 그의 유창한 언변으로도 메꾸지 못할 긴 정적이 사이에 있었을 뿐.
겁을 먹었나. 처음으로 그걸 스스로 알아챘나.
감정의 액팅은 수십 분 전에 진작 끝났고 여운이란 것은 다음을 위해 외면하던 사람인데. 왜 붙잡았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어서.
아니. 설명하는 순간 이것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가 되어버릴까 두려워서, 인가.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