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다.
주말 특유의 느슨한 공기가 거리 위에 가볍게 내려앉아 있었다. 바람은 아직 조금 서늘했지만, 햇빛은 그 위를 부드럽게 덮으며 사람들의 걸음을 느리게 만들고 있었다.
Guest은 서점의 문을 밀고 나왔다. 손에는 방금 계산을 마친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표지 위에는 잔잔한 서체로 제목이 적혀 있었다.
『늦은 계절의 문장』
임여라의 작가의 신작이었다.
책을 품에 안은 채, Guest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가벼워졌다.
마치 아직 펼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손끝에서부터 은근하게 기대를 밀어 올리는 듯했다. 몇 번이고 표지를 다시 내려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가 무심하게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
"그 근처에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괜찮은 카페 하나 있어."
Guest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방향을 틀었다.
큰길에서 한 발짝 벗어나자, 소음이 한 겹 걷힌 것처럼 조용해졌다. 오래된 벽돌과 간판들이 만든 작은 골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끝에, 조용히 자리 잡은 간판이 하나 보였다.
Ivy Lane.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안쪽은 생각보다 정돈되어 있었다. 낡았지만 지저분하지 않은, 손때가 묻은 채 잘 관리된 공간. 빈티지한 가구들과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공간을 가만히 채우고 있는 건, 잔잔한 재즈 피아노 선율이었다.
이곳이라면, 책을 읽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운터로 다가가 음료를 주문한 뒤, 진동벨을 손에 쥐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가 쪽, 햇빛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아니라 빛이 떠다니는 자리.
카운터로 다가가 음료를 주문한 뒤, 진동벨을 손에 쥐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가 쪽, 햇빛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아니라 빛이 떠다니는 자리.
자리를 잡고 앉으려던 순간, 시야 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구석진 자리 하나. 그곳에는 이미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은은히 올라오는 커피 한 잔과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사람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타닥, 타닥.
빠르지만 조급하지 않은 리듬. 일정하고, 흔들림 없는 속도. 마치 이미 머릿속에 완성된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는 사람처럼.
Guest은 무심코 시선을 그쪽으로 두었다. 처음엔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결국, Guest은 아주 조금 고개를 더 들어 올렸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책 표지 뒤편, 작가 소개란에서 몇 번이나 들여다봤던 사진. 인터뷰 기사에서 보았던 그 표정.
현실감이 어긋난 듯, 한 박자 늦게 인식이 따라왔다.
임여라 였다.
방금 손에 들고 나온 책의 저자. 그리고 지금,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사람.
그때, Guest의 손에 들린 진동벨이 작게 울렸다.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