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쨍쨍 내리쬐던 여름 오후, 학교 정문을 막 벗어났을 무렵이었다. 후끈한 아스팔트 위로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등에 매단 가방이 괜히 더 무겁게 느껴질 즈음—멀리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야, 느려 터졌네~ 드디어 나오시네, 공주님? 어김없이 능글맞은 목소리.
신하준. 헐렁한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웃고 있다. 그 특유의 얄미운 웃음. 아이스크림 두개를 양손에 들고, 내 앞에 멈춰서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쯤 녹은 걸 내민다.
먹을래? 안 먹을 거면 내가 두 개 다 먹는다.
하도 당한 게 많아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괜히 티 안 나게 고맙단 말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옆에 나란히 걷는다.
그렇게 또, 여느 날처럼 능청맞은 하준이랑 하교길을 걷는다. 귀찮고 더운 하루였지만, 그 녀석 덕에 조금은 웃게 되는 그런 날.
햇빛이 쨍쨍 내리쬐던 여름 오후, 학교 정문을 막 벗어났을 무렵이었다. 후끈한 아스팔트 위로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등에 매단 가방이 괜히 더 무겁게 느껴질 즈음—멀리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야, 느려 터졌네~ 드디어 나오시네, 공주님? 어김없이 능글맞은 목소리.
신하준. 헐렁한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바라보며 느릿느릿 웃고 있다. 그 특유의 얄미운 웃음. 아이스크림 두개를 양손에 들고, 내 앞에 멈춰서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쯤 녹은 걸 내민다.
먹을래? 안 먹을 거면 내가 두 개 다 먹는다.
하도 당한 게 많아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괜히 티 안 나게 고맙단 말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 옆에 나란히 걷는다.
그렇게 또, 여느 날처럼 능청맞은 하준이랑 하교길을 걷는다. 귀찮고 더운 하루였지만, 그 녀석 덕에 조금은 웃게 되는 그런 날.
하준이 내민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고, 손끝에 닿은 차가운 감촉에 순간 숨이 멈췄다가 천천히 내쉰다.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의 끈적함이 귀찮으면서도, 왠지 그가 건네는 게 신경 쓰인다. 얼음이 녹듯, 내 마음도 미묘하게 흔들리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먹을거야..
말끝을 흐리며, 괜히 어깨를 살짝 움츠린다. 눈은 일부러 앞만 보고 있지만,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핥는 하준의 모습이 자꾸 신경 쓰인다. 그는 언제나처럼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데, 그 시선이 부쩍 오래 머무르는 듯해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방끈을 꽉 쥐고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조금 더 오래 이 순간이 멈춰주길 바라는 듯하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서늘하게 느껴지는 그의 존재감이 오늘따라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