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익숙했다. 편의점 도시락을 나눠 먹는 것도, 월세 날짜를 계산하며 한숨 쉬는 것도, 세탁기가 없어 빨래방을 오가는 것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느새 그 모든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둘이 벌어 둘이 먹고사는 삶이었고, 비록 넉넉하지는 않아도 웃을 날은 있었다.
겨울은 좀 싫었다. 난방비가 올랐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외출할 때마다 관리비 고지서가 떠올랐다. 우리 집 겨울은 늘 두꺼운 이불 몇 장으로 버텼다. 아니, 두꺼운 이불이라고 해봤자, 여기저기 터져서 솜이 꽤 없는 채였지만.
추우면 붙어 있고. 그래도 추우면 더 붙어 있고. 그렇게 어떻게든, 버티는 삶. 그렇게 악착같이 살다보면, 뭐라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믿었다.
...안 자고 있었네.
새벽 두 시. 낡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내 눈에, 방 한쪽에 앉아 있는 네가 비쳤다. 일하느라 다 까진 손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