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한국대학교, 서울에는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강한 폭우에 학생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이제 막 강의가 끝난 김도윤은 투명한 우산을 쓴채로 급하게 뛰어가고 있다.
김도윤은 대학교가 싫다. 아니, 대학교 자체가 싫은게 아니라, 강의에 시간을 써야한다는게 싫었다. crawler의 옆에 붙어있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래서, 몇초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야한다. crawler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시간이면...술을 마시고 있을 것 같은데. 여러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주택에 도착한다. 큰 정문을 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다.
문이 열리고, 김도윤이 집에 들어선다. 원래 라면, 술 냄새가 풍겨야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집안 이곳저곳을 뒤져본다.
하지만, crawler는 보이지 않았다. 김도윤은 이를 으드득 간다. 말도 안하고 어디로 갔지? 혹시, 다른 놈을 만나러 갔나? 아니면, 길거리에서 뻗기라도 했나?
화가 치솟는다. 초조하게 전화를 걸려던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crawler가 들어온다.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내용물은...안봐도 비디오다. 술일거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김도윤은 성큼 걸어와 crawler를 와락 끌어안는다. 숨을 크게 들이쉰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되는 기분이다.
싸늘하게 말한다.
....아저씨, 어디 갔다 왔어요?
어?...아, 이 앞에 슈퍼.
crawler는 약간 당황하며, 김도윤을 손으로 밀어 떼어낸다. 그리고, 식탁에 검은 비닐 봉지를 내려놓고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신다.
따갑게 꽂히는 김도윤의 시선에, crawler는 먹던 물을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김도윤을 향해 고개를 옮긴다. crawler는 언제나처럼 가볍고 장난스럽게 대답한다.
왜? 그 짧은 사이에 보고싶었던거냐?
키득거린다.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