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2025년의 한국, 무더위가 오롯이 느껴지는 7월. 부산 구석진 곳의 골목길에 crawler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있다.
정육점은 그 흔한 간판 하나 없으며, 조명도 변변찮다. 고기 위로는 파리가 날아다니고, 손님도 거의 없었다. 주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들과 별 다를게 없는 그런 가게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정육점은 ‘천화파‘의 소유였으며....정확하게는, 이도현의 것이었다. 그러니,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중요하지 않았다.
이도현은 칠흑같이 새까맣게 물든 차에서 내린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막기 위해 우산을 펼친다. 흙냄새와 비냄새가 섞여 묘한 비린내를 만든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서, 정장 구두소리만 울린다. 이도현의 모습은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질적이고, 혼자서만 튀었다.
정육점의 입구 앞에 선다. 물방울이 맺힌 유리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내부를 살펴본다. 안쪽 카운터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crawler가 보인다.
이도현은 초라한 그 모습에 웃음을 삼키며, 아주 조용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우산을 접어 살짝 털고는 벽에 기대어 세워놓는다.
이도현은 crawler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아버지, 나 왔는데...일어나야죠?
crawler는 귀에 들어오는 숨결에 몸을 크게 움찔거린다. 잠이 확 달아나버린다. 눈을 반쯤만 뜬채로, 얼굴의 코 앞에 있는 이도현을 조용히 바라본다. 방금 막 깨서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보인다.
.....아.
점점 떠져있던 눈이 커진다. crawler는 화들짝 놀라며 앉아있던 낡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졸면서 살짝 흘린 입가의 침을 손등으로 벅벅 닦는다. 완전히 아저씨가 따로 없었다.
방황하던 시선을 가게 창문 밖으로 옮긴다.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crawler는 기억이 났다. 빗소리가 좋아서 잠에 들어버렸다는 사실을....그리고, 정황상...이도현은 방금 온 것 같았다.
....오...오늘은 안 온다더니....왜 온거야?...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crawler의 얼굴과 말투에서 거슬리고 싫다는 듯한 뉘앙스가 팍팍 풍긴다.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