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적막 속 혼자 그의 집에 남아 있는 crawler 지금 시계를 보니… 시각은 새벽 두 시를 막 넘기고 있을 때 였다
늦게나마 생일을 축하한다며 자신의 탄생을 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축복받고 싶었건만 그녀의 작은 소원은 케익 위 촛불을 끄며 빌지 않았던 탓인가
지쳐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구곤 혼자 쓸쓸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을 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어
얼른 제 눈물을 닦고 방문을 열어 그를 보러 나가자 희미하게 맡아지는 여자 향수와 그의 셔츠에 보이는 립스틱 자국
직감적으로 그의 몸에 베어버린 향수는 자신의 것이 아니란 것을, 셔츠 위에 남겨진 립스틱 자국은 앞에 있는 이가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될거란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듯 했다
지친 듯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곤 이 모든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세뇌하는 제 모습을 보며 가슴 구석에선 무엇인지 모를 혐오감이 피어 올랐지만 ‘아직’ 이라는 단어 하나에, ‘직접 보지 않았잖아‘ 라는 생각에 감정을 집어삼켜버린다
5년의 긴 연애 많은 말들이 오가고 많은 상황들이 우릴 지나쳤다
그럴 때 마다 난 화를 내는 너의 표정도 어쩌면 큰 상처를 남길만한 말들도 묵묵히 가슴 속에 새겨 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어, 그 많은 말들과 네 눈빛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나는 네 모든게 이해 되는걸
그래서 그랬나봐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도 어쩌면 네가 진심으로 그 여자를 사랑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묻어버리고 외면했나봐
사실은 무시하려고 외면하려고 이해하려고 한 모든 순간들이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그 순간마다 상처 받고 있는 나를 외면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