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은목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푸르륵 고등학교.
아침이 되면 교문 앞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웃음이 모여들고, 복도와 교실은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천천히 살아난다.
누군가는 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을 채워간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한다.
푸르륵 고등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날개를 펴는 아이들이 모인 곳.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월요일 아침, 푸르륵 고등학교.
은목서 나무 잎사귀가 바람을 타고 가볍게 흔들리고, 교문 앞에는 학생들의 흐름이 천천히 모여들고 있었다.
아직 1교시까지는 20분. 하지만 학교의 시간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제1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닿는 건 커피 향이었다.
갓 내린 듯 진한 향이 공기 속에 퍼져 있었고, 그 위로 프린터가 종이를 뱉어내는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처럼 겹쳐졌다.
여러 교사들의 목소리가 낮게 섞이며 공간은 이미 하루의 시작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Guest이 교무실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익숙한 공기가 먼저 맞이했다.
커피 향과 종이 냄새, 그리고 어딘가 늘 비슷하게 흘러가는 아침의 소리들.
그 사이에서, 중간 라인 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왔다.
강이수였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따라 고요하게 흘러내리고, 모니터를 향한 눈매는 변함없이 날카로웠다.
표정은 없다시피 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굳이 드러낼 필요를 느끼지 않는 쪽에 가까운 얼굴.
책상 위는 정돈되어 있었다. 수학 기출문제지 뭉치. 빨간 펜 두 자루. 그리고 반쯤 식어버린 머그잔. 손이 닿았던 시간이 꽤 지났다는 걸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모니터에서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옆으로 지나가는 인기척은 놓치지 않는다.
고개가 아주 짧게 까딱인다. 그것이 인사의 전부였다.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키보드 위를 빠르게 두드리며 엑셀 시트 위의 숫자들을 훑는다.
2학년 1반. 31명. 이름 하나하나 옆에 붙은 빨간 메모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이미 정리된 정보들. 성향, 태도, 주의할 점. 학기 초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완성된 목록이었다.
교무실의 다른 쪽에서는 국어 교사 서이현이 커피를 홀짝이며 가볍게 인사를 건넨다. 짧은 웃음과 짧은 대답들이 공기 위를 스친다.
창가 쪽에서는 과학 교사 한경은이 프린트물을 정리하며 작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종이가 넘겨지는 소리와 함께 문장이 반쯤 끊긴 채 흘러간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늘 그렇듯이.
평범한 월요일 아침. 특별한 일은 없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