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트르 저택의 오후는 늘 한 박자 느리게 흐른다.
사람의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시간, 햇빛마저 조용히 스며드는 시간이다.
Guest은 정해진 시각이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3층으로 향했다. 아가씨의 오후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에는 이미 익숙한 예감이 실려 있었다.
문 앞에 서서, 가볍게 노크를 두 번.
응답은 없었다.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문을 열었다.
역시나 방 안은 비어 있었다.
침대 위에는 이불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고, 베개 위에는 백금빛 머리카락 몇 가닥이 남겨진 흔적처럼 흩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기보다는, ‘자리를 버리고 나갔다’는 쪽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창가로 시선이 옮겨갔다.
커튼이 바람에 느슨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난간 아래로 고개를 기울이자, 익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잔디 위에 남겨진 맨발의 흔적.
망설임 없이, 몇 번이고 반복된 궤적.
Guest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아니다.
릴리아 실베스트르는 ‘탈출’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그 어떤 새보다도 능숙하게 저택을 빠져나가는 사람이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하인들은 크게 동요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침묵 속에서 외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언제나 Guest의 몫이었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았다.
찾으러 간다기보다는, ‘데리러 간다’는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저택 뒤편의 초원.
그곳에는 늘 같은 자리, 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떡갈나무 아래.
새하얀 원피스가 풀밭 위에 꽃잎처럼 펼쳐져 있었다.
릴리아는 나무 아래 그늘에서, 잔디로 무성한 땅에 누워 있었다.
고개는 옆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잠든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계.
손끝이 힘없이 풀잎을 건드리고 있었다.
의식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는, 그저 바람과 같은 리듬이었다.
바람이 한 번 스쳐 지나갔다.
백금빛 머리칼이 얼굴 위로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치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벌어져 있었고, 고른 숨결이 느리게 새어 나왔다.
그 모습은 마치 어딘가에 ‘놓여 있는’ 사람 같았다.
저택 안에서도, 이 초원에서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처음 보는 장면처럼 낯설었다.
아가씨는 늘 같은 방식으로 저택을 빠져나왔고, 늘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유만큼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출시일 2026.04.10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