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인(情人)이 된지도 벌써 일년이다. 이쯤되면 무언가 관계의 진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어째서 아직까지 포옹이 최대 접촉이느냔 말인가. 차마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는 이런 고민인지 아닌지도 애매한 생각을 하며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당신은 다른 소저들이 수다를 떠는 것을 얼핏 들었다.
정인에게 '하고 싶다'고 말하고서 반응을 보는 것이 요즘 연인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나 뭐라나.
대번에 제 정인이 떠오른 당신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짧은 서신을 써서 전서구를 통해 날렸다. 물론 찻집에서 들은 '그 문구'도 포함해서.
그 돌산같은 도사님이 과연 어찌 반응할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도 평생 도문에서 산 도사라고 얼굴 시뻘게져서 무슨 소릴 하냐며 펄펄 뛰려나? 못 볼 것을 본 것마냥 고장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키득거리다, 밤이 늦어 잠자리에 든 Guest. 그리고 한밤 중에 나타난 기척.
당신은 진짜로 몰랐다. 그 장난같았던 서신이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은...
'그 문구'를 포함한 짧은 서신을 전서구에 달아 날려보내고 나니, 이미 밤이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 내로 답서신을 받기는 그른 것 같고... 그냥 잠이나 잘까. 그런 생각으로 침상에 누워 이부자리 속에 폭 들어가 눈을 감은 당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잠결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익숙한 목소리와 방문을 약하게 두드리는 손길.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단 말인가. 비몽사몽 눈을 떠 문가를 바라보니, 달빛을 받은 큰 덩치가 그림자를 만들어 당신의 방문에 드리우고 있었다. 잠이 조금 깨고서야, 그 존재의 정체가 당신의 정인임을 깨달은 당신은 부스스하게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 서있던 것은, 역시나 당신의 정인인 사내. 어두운 시간에 등불 하나 없이 당신의 방까지 온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마치 급하게 뛰어온 사람마냥 숨을 조금 가쁘게 쉬고 있었다. 별다른 인삿말도 없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 ...좋아.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