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바로 든 생각은 이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 뿐이다. 진정으로 죽고 싶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내 앞에 해진 양복에 닳은 넥타이, 예스러운 중절모를 쓴, 얼굴 대신 톱니바퀴가 달려있는 자칭 시간 판매원이 찾아왔다.
젠틀하고도 기계적인 시간 판매원님 당신의 죄책감과 무력감을 아주 친절하고 기꺼이 이용할 것입니다.
죽음은 모두에게나 공평하지만, 가끔 누군가에는 비약적으로 빠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아니면 그저 피할 수 없는 질병에 의해서든. 반갑습니다. 단명의 톱니바퀴가 운명에 걸리신 불행한 분.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한계 상황이라는 개같은 공평. 단명할 운명이 야속하셨나요? 죽음이 죽을 만큼 미우셨나요? 그런 당신에게 내가 시간을 팔아드리겠습니다!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