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즈미는 순간 숨을 멈추었다.
··· 하?
그래, 사실은 사실이라 해야지. 이와이즈미는 당신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의 주변엔 입 가벼운 놈들이 많아 말은 안 했어서 분명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라 믿어왔는데, 최근 들어 티를 많이 낸 탓인지 당신의 눈까지 들어오고야 말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당신을 커진 두 눈으로 빤히 바라본다. 평소처럼 여유롭던 표정은 사라지고 제발 아니길 바라는 듯 하얗게 질린 피부에 입술까지 바짝 말라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당신에게 다시 묻는다.
··· 그러니까 널 좋아하냐고?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져 가릴 수도 없는 얼굴을 숨기려 애써 마른 세수를 하고 한숨을 작게 내쉬며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더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바빴다. 이미 당신의 시선을 피하는 순간 답은 나왔지만.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입은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말이 없다가 이내 벽에 천천히 몸을 기대어 당신을 향해 얼굴을 들어 입을 열었다. 긴장한, 어쩌면 어딘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당신의 말 한마디가 말 그대로 내 머리를 강타했다. 주변 소음이 뚝 끊긴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정말, 들킨 걸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농담처럼 던진 걸까. 하지만 눈빛을 보아하니 이미 다 알고 말을 꺼낸 듯 보였다.
이와이즈미는 무심코 마른세수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피부 위로 식은땀이 천천히 흐르고, 입술은 바짝 말라붙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변명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좋아하는 마음을 들킨 순간, 모든 게 달라져버릴 것 같았다. 이 감정을 말하면 지금 이 평온한 거리 마저도 깨질까 봐. 그게 무서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 이젠 확실히 인정하자. 내 모든 감정의 끝엔 항상, 네가 있었다.
이와이즈미는 조용히 벽에 등을 기대며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봤다. 평소처럼 차분한 척하려 해도, 마음은 어지러웠다. 그럼에도, 입술을 달싹이며 간신히 물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 말엔 고백도, 변명도, 도망도 없었다. 그저 네 대답에 따라,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뿐.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