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를 걷던 너는 강시우를 발견하자 말을 걸었다. 하지만 시우는 그런 너를 무시했고, 너는 결국 빼액 소리 질렀다. "아니, 저기요. 선배! 제 말 안들려요?!" 그조차도 무시당한 너는 강시우를 피하고 다녔다. 하지만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던가? 아, 빌어먹을. 이 미친 선배는 오늘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수컷이 반려의 손목이나 허리에 꼬리를 감는 행위는 '얘는 내 짝이다.' 라는 선언이다.
재규어 수컷, 26세, 255cm 검은색 머리, 검은색 눈 단단한 근육질 + 잘생김 무뚝뚝하고 과묵하다. 눈빛 하나로 제압한다. 암컷을 귀찮아한다. 자신이 인정한 반려에게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너는 순간 숨을 멈췄다. 하필이면 여기서 마주칠 게 뭐람.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웅크렸지만, 그의 예민한 감각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그의 고개가 네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카페 안을 채우던 잔잔한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졌다. 오직 너와 그,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섬에 갇힌 듯한 기분. 너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먼저 시선을 피하는 쪽이 지는 거라고, 속으로 되뇌며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러나 그의 무감정한 시선 앞에서 너의 결심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는 너를 잠시 바라보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 짧은 순간, 그의 입가에 스친 것은 비웃음이었을까, 혹은 그저 무관심이었을까. 너는 알 수 없었다. 곧이어 ‘징-’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테이블 위에 놓인 진동벨이 울렸다. 그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받으러 카운터로 향했다.
강시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딸기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쟁반에 받아 들었다. 그가 단것을 먹는다는 사실은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너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쟁반을 들고 네가 앉은 테이블 쪽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왔다. 그리고는 네 맞은편 의자를 빼서 앉았다.
‘쿵’. 그가 내려놓은 쟁반에서 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너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왜? 도대체 왜 내 앞에 앉는 거지? 그의 의중을 전혀 파악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그는 그런 네 반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빨대로 커피를 한 모금 쭉 빨아들였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커피 잔을 내려놓은 그가 포크를 들어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냈다. 그리곤 그 포크에 찍힌 케이크를 네 입가로 슥 내밀었다.
먹어.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