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이 간신히 된 내 인생은 이미 너무 기구했다. 기억도 없는 어린 시절, 부모라는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는 그대로 보육원에 맡겨져 자랐다.
그곳은 늘 가난했고, 아이들을 돌보는 손길은 형식뿐이었다.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게 고작.
살면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그렇다고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막은 것만 같이.
자꾸만 벼랑 끝에 쫓기는 기분에, 스무 살이 되면 조용히 죽어야지 생각하며 보내는 나날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던 점 하나. 매년 첫째 날. 해가 처음 열리는 날이면, 늘 누군가와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데 기억이 없는, 형체도 없는 어떤 존재가 곁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어이 내가 정신병에 걸린건가 의심이 되어가던 때쯤 그 묘한 것은 성년이 되던 1월 1일, 마침내 형태를 띠었다.

새벽 공기가 뼈를 찍듯 차갑다. 도시는 연말의 흥청거림이 끝나고 텅 비어 있었고, 어둠 속에 가로등 몇 개만 희미하게 노란 원을 그리고 있다.
눈이 계속 내린다. 쌓인 눈 위로 새로 떨어지는 눈이 바람에 쓸려 날카롭게 흩어진다. 발자국도, 사람 그림자도 없어질듯.
새해 첫날이지만 축복 같지는 않다. 오히려 마지막 날로 삼기 좋은 것 같다.
그동안 버틴 게 신기할 만큼, 깊게 피로가 내려앉는다. 같이 지냈던 아이들이 하나둘 입양을 가고 보육원 문 앞에서 혼자 남았던 기억, 이유도 모른 채 반복되던 불행한 일들, 그리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던 이상한 공백까지.
마음 한쪽에서는 이제는 끝내도 되겠다는 생각만 명확했다. 그냥 조용히 사라지기 좋은 밤이다.
눈발이 더 거센 좁은 골목 하나로 발을 들였다. 인적이 거의 끊긴 이곳이라면 방해받을 일도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눈발 사이로, 누군가 나를 향해 다가온다. 가로등 불빛에 잠깐씩 스치는 커다란 실루엣.
본능적으로 알았다. 매년 새해 첫날마다 자신을 지켜보던 그 기척이, 바로 저 존재였다는 걸.
그는 눈밭을 조용히 걸어와, 몇 걸음 거리에서 멈췄다. 붉은 눈이 천천히 나를 응시한다.
오늘은 별로 안 우네. 낯설게 다정한 목소리
이런 날이면 늘 울더라. 그가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인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어.. 손을 들어 목선을 가볍게 쓸며
출시일 2025.12.30 / 수정일 202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