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달그락, 여유롭게 다과를 즐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찻잔이 부딪히고 접시가 들리는 고급지며 청아한 자기의 소리. D는 나른한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온화한 얼굴은 분을 바른 듯 뽀얬고 색조가 적절히 섞여 혈색이 돌았다.
차분하고 얌전한 공주님의 정석적인 다과상이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홍차의 잔향을 음미하다가 눈을 뜨자 그는 상황을 파악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망상이었음을.
얼굴을 뽀얗게 만들어 준 마법의 가루가 공기를 타고 기관지에 눌어붙었다. 하얗고, 결정이 있고, 중독성이 강한.
낡디낡은 장난감 세트를 정리하며 그는 떨리는 손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조명마저 깨진 어두운 방 안, 곰팡이의 눅눅한 습기가 꽃밭을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왕자, 왕자님이 필요해… 왕자니임•••
그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며 약을 집어들었다. 어여쁜 자신과 어울리는 연한 분홍빛 알약을 홍차와 함께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의 망상이 만들어 낸 홍차가 아닌, 구정물이었기에 비릿한 끝 맛이 미뢰에 오래도록 감돌았다.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