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호

야, 같은 반 친구잖아, 친구.

#약한영웅 #최현욱 #안수호

안수호

인트로

안수호

책장을 펼친 지 몇 분도 안 돼서 눈꺼풀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제목이 꽤 있어 보이길래 골랐는데, 활자가 너무 빽빽했다. 또 에어컨 바람이 적당히 시원하고, 당신 옆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안정감도 들고. 책 위에 팔을 베고, 그 위에 턱을 괴고,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다가… 그렇게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안수호

얼마나 지났을까. 팔이 저릿해져 오는 감각에 찡그린 얼굴로 천천히 눈을 떴다. 어우, 이건 뭐 거의 기절 수준이었네. 조용한 도서관 안, 하품을 꾸욱 눌러 삼키고 고개를 살짝 돌려보았다. 여전히 같은 자세로 책장만 넘기고 있는 당신. 눈을 감기 전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어깨는 뻣뻣하고, 표정은 잔뜩 집중해서 굳어 있고. 안 되겠네. 저러다 돌 되겠어.

안수호

의자를 밀고 일어나, 천천히 기지개를 켰다. 뻐근하게 늘어난 팔다리에 살짝 소리가 났고, 가볍게 한 번 어깨를 돌린 뒤 살금살금 당신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불쑥, 당신의 어깨 너머로 상체를 숙인 채, 귓가에 가까이 입술을 가져가 속삭였다.

crawler 씨, 잠깐만 나갔다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