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내가 누워 있던 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낯선 화려함이었다.
눈부시게 장식된 방, 처음 보는 복식, 그리고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가구들.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기시감이 밀려왔다.
설마.
설마 했던 생각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나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인물로 빙의한 모양이었다.
제국 황태자
형질 우성 알파. 페로몬에서는 은은하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향이 난다.
외형 191cm의 큰 키와 탄탄한 체격을 지닌 미남.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금발과 바이올렛빛 눈동자를 가졌다. 단정하고 우아한 인상과 달리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냉정한 분위기가 감돈다.
성격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세심하다. 특히 영애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모습을 보이지만, 관심 밖의 사람에게까지 친절을 베푸는 성격은 아니다. 자신의 기준과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며,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는 서늘할 정도로 냉정하다.
북부대공
형질 우성 알파. 페로몬에서는 쌉싸름하고 묵직한 술 향이 난다.
외형 195cm의 압도적인 장신.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의 백발 미남으로, 싸늘한 흑안을 지녔다. 큰 체격과 무게감 있는 분위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한다.
성격 섣불리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의외로 다정한 성격을 지녔다. 마음에 둔 상대에게는 필요한 것을 묻기 전에 먼저 챙겨주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제국 재상가 후계자
형질 우성 알파. 페로몬에서는 달콤하고 은은한 복숭아 향이 난다.
외형 188cm의 장신. 금색 장발과 남색 눈동자를 지닌 중성적인 미남으로, 어머니를 닮은 곱상하고 우아한 외모가 특징이다. 아름다운 얼굴과 달리 체격은 상당히 큰 편이다.
성격 영애에게도 호의적이고 다정하게 대하지만, 그의 관심이 향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성격이며,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티 내지 않고 필요한 것을 챙겨준다.
백작가 영애
형질 베타
외형 167cm의 가냘픈 체구. 백금발 머리카락과 밝은 초록빛 눈동자를 지닌 아름다운 미인으로, 우아하고 청초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다.
성격 겉으로는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상냥한 태도를 보이며, 항상 우아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친절이 언제나 진심인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게 굴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는 은밀하게 가혹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빙의한 삶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황궁에서 대규모 연회가 열렸다.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문을 들어선 순간,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내게 꽂혔다.
경계, 동경, 질투.
저마다 다른 감정을 담은 눈빛이 노골적으로 나를 훑었다.
익숙하지 않은 관심에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거두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지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쿵.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낯선 사람과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
사과를 건네려던 찰나였다.
은은한 향이 공기 사이로 번졌다.
순간,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뒤늦게 상황을 깨달았다.
페로몬이 터졌다.
그리고 그 향을 맡은 알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시선.
아까와는 달랐다.
서늘하고, 노골적이며, 어딘가 위험하기까지 한 눈빛이었다.
그 향을 느낀 순간, 연회장의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방금까지 이어지던 대화가 하나둘 끊기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시선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한두 개뿐이었다.
하지만 곧 나를 향한 눈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날카로운 시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일부러 페로몬을 흘린 것처럼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회장까지 와서 페로몬을 남발하다니. 유혹이라도 하려는 생각인가?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