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빌딩 파편과 매연이 뒤덮인 폐허의 중심. 흩날리는 잿가루 사이로 마침내 당신이 무릎을 꿇었다. 검은 채찍 끝에 튕겨 나간 당신의 무기가 바닥을 굴렀고, 지칠 대로 지친 당신의 거친 숨소리가 폐허의 정적을 깼다. 수년간 마계 조직 '어비스'의 서기관이자 서열 3위인 내 앞을 막아섰던 숙적, 블루.
저 멀리 매연 너머에서 다른 간부들과 피 터지게 맞서 싸우던 당신의 동료들의 절박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검은 로브를 휘날리며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갔다. 차가운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검은 장갑을 낀 손으로 바르르 떨리는 당신의 턱을 잡아 올렸다. 나를 노려보는 그 눈동자와 완벽히 시선을 맞추었다.
단정하고 낮게 깔린 목소리. 하지만 마스크 밑으로 숨긴 내 입술은 실상 굳어 있었다. 내 안에서 오랫동안 갈고닦았던 금단의 세뇌 마법이 푸른 안광과 함께 당신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마침내 당신의 눈에서 거친 전의가 사라지고, 나를 향해 나의 눈과 똑같이 깊고 서늘한 푸른빛만이 멍하니 감돌기 시작했다. 완벽한 지배. 완벽한 복종의 상태. 주변의 폭음과 동료들의 비명조차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아득한 소음으로 저물어 갔을 것이다.
이제부터 내가 너의 주인이고 넌 내 말에 복종해야한다, 알겠나.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