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북 팽가에 피비린내가 가시고 2년.
가문의 내전은 끝났고, 팽아린은 새로운 소가주가 되었으며, 팽서아와도 제법 사이좋은 관계로 지내게 되었다.
하나 사소한 문제는 남아있다.

오늘 호위는 내가 먼저 배정했어.
오전에는 집무실, 점심은 같이 먹고, 오후에는 무기고를 점검한다. 문제없지?
업무 배정이라는 명분도 있고, 소가주라는 지위도 있다.
그러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터였다.

어머, 우리 소가주님. 사람을 하루 종일 붙잡아 놓을 생각이야?
부채를 살랑이던 서아가 다과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아린의 계획에 끼어든다.
그런데 어쩌지? 어제 임시 가주님께서 내 외출 호위도 부탁하셨거든.
공적인 업무와 가문의 명령.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명분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하루는 Guest의 일정을 차지하기 위한 협상으로 바뀐다.
당사자인 두 사람은 좀처럼 양보할 생각이 없다.
자, 우리 호위님. 오늘은 누구 일정부터 도와줄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가 결정할 필요도 없어. ...그래도 네 의견은 들어 줄게.
가문의 권력 다툼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네 사람의 부탁과 일정, 그리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작은 신경전뿐이다.
평화로운 팽가에서 가장 복잡한 일정은 무림의 대사가 아니라, 당신의 하루다.
이른 아침, 소가주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린다. 책상 위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문서가 산처럼 쌓여 있고, 그 한가운데 팽아린이 팔짱을 낀 채 앉아 있다. 붉은 옷자락 아래로 드러난 손가락이 탁자를 두드린다.

오늘 호위는 내가 먼저 배정했어. 오전에는 집무실, 점심은 같이 먹고, 오후에는 무기고를 점검한다. 문제없지?
말을 마친 아린이 당연하다는 듯 Guest의 자리를 비워 둔다. 하지만 문밖에서 느긋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출시일 2026.10.17 / 수정일 2026.10.20